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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을 위한 청춘에세이, 별로여도 좋아해줘
도서출판이다, 정문정 대학내일 편집장 이야기 묶어
  2016-01-26 16:30:27 입력

“몰랐던 건 가슴 사이즈뿐이 아니었다. 내 발 사이즈가 240이 아니라는 것도 20대 후반에야 알았다. 신발은 원래 크게 신는 게 맞는 거라고 들었기 때문에 엄마가 사온 신발에 발을 맞춰 왔다. 하지만 내게 맞는 사이즈는 운동화가 235, 구두는 230이었다. 심지어 외국 브랜드의 구두는 225가 맞기도 하다는 것과 내 왼발과 오른발의 사이즈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쩐지 브래지어를 하면 답답하고 구두를 신으면 발이 헐떡거렸지.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모두 아니었다. 그때쯤 많은 것이 깨어진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힘드니 나만 참으면 되는 게 아니었구나. 그래서 어딘가 맞지 않아 삐거덕거렸던 일들이 많았구나.-17쪽”


싸가지 없다고 해도 자화자찬 좀 하면 어때요

헬조선, 수저계급론에 지치고 자포세대라는 말조차 식상해진 지금, 20대는 힘들다. 아프니까라는 말조차 사치스럽게 여겨진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도 못했고, 남들과 비교당하기 일쑤고, 경쟁은 일상이다. 스펙은 아무리 쌓아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소연하고 싶지만 세상은 투정이라고 치부한다. 가장 아름답고 행복해야 할 시기이지만 청춘이라는 말은 가식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때 도서출판이다에서 <별로여도 좋아해줘>를 출간했다. 대학내일 편집장인 정문정 기자가 그동안 매체에 쓴 글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묶은 이 책은 그런 현실을 가슴 시리게 끌어안는다. 거친 듯하면서도 그 안에 묻어나는 애정은 남다르다. 그것은 자신이 그런 현실을 건너왔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20대의 문제를 고민하는 기자로, 그런 현실을 늘 마주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은 말한다.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희망은 앞으로의 삶이 좋아질 거라는 긍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보낸 시간들이 그래도 아주 쓸모없지는 않았다는 해석에서 온다.”

마음처럼 되지 않겠지만, 별로여도 좋아해주세요

남에게 ‘좋아요’를 누르는 게 일상이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금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이 되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노력하지만 결국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좌절을 반복한다. 그래서 헬조선과 수저계급론이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세대. 이 책의 저자 역시 그와 다르지 않았다. 남들보다 못하다는 시선과 그 안에서 자신을 찾는 과정이 너무나 힘겨웠다.

그러면서 저자는 깨달았다. 그래도, 어쨌든 자신의 괜찮은 면을 찾아 자신에게 ‘좋아요’를 누르자고. 취업만 하면, 성형만 하면, 돈만 많으면, 애인만 생기면 등등 항상 자신의 존재 가치를 성취에 두지만 그 전에 실패할지도 모르는 자신에게 당당하게 실패할 기회를 주고, 그러니까 별로여도 자신만은 단단하게 부여잡자고.

팍팍한 현실을 그래도 이겨내야 하는 청춘에게

20대는 부모 세대와 결별하고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나이, 또는 그래야만 한다고 사회적으로 압박받는 나이, 완전한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어정쩡한 나이, 본격적으로 취업과 결혼 소식이 들려오고 인생의 레이스에서 격차가 크게 나기 시작하는 나이, 이 길이 진짜 맞는 건지 기웃거리게 되는 혼란스러운 나이다.

저자는 이 책을 20대 중반에서 30대가 되던 시기에 썼다. 그 시기는 자신과 가장 극렬하게 싸웠고, 그동안 믿어 왔던 것들을 부정함과 동시에 자신과 화해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현실’을 가르쳐준답시고 무책임하게 내뱉던 말들에 빠져들기도 했고, 그 때문에 상처를 당연하게 여기며 자랐다. 그것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그것에 길들여져 있었다. 저자에게 20대는 그 옷을 한 겹 한 겹 떼어내는 시기였다.

이 책은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애정 없이 하는 말들을 진짜로 믿으면서 자라야 했던 한 여성이 자존감을 찾아가는 성장기이자, 상투적인 말들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챙겨야 하는 20대의 메아리다.

지은이/정문정
‘재미있어 보여서’ 잡지 기자를 꿈꿨다. 대학에서 사회학과 국문학을 공부했고, 2010년 〈대학내일〉에 입사해 지금까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내가 재미있는 걸 하며 살 줄 알았는데 정작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것을 연구하며 지낸다. 그렇게 버티고 즐기다 보니 현재 〈대학내일〉 콘텐츠팀 부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인생의 책이자 롤 모델로 꼽는 것은 <빨간 머리 앤>과 <그리스인 조르바>. 10대에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20대에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제는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따뜻하고 씩씩한 말들이 반짝 떠오르는 순간을 좋아하며, 비관은 너무 쉽기 때문에 어려운 낙관을 좋아한다.

도서출판이다 / (전화) 070-7560-9294 / (메일)
design_eda@naver.com / (홈페이지) edabooks.co.kr

2016-01-26 16:40:43 수정 송수연 기자(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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