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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은 수많은 위험요인의 상존 공간이다. 높은 곳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중량물이 이동하며, 각종 건설장비와 전기설비가 쉼 없이 가동된다. 작은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건설현장 내부는 안전모, 안전화, 안전대, 보안경 등 개인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안전모 미착용은 가장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포천시 노동안전지킴이 활동하며 안전모 착용, 안전벨트 착용, 안전고리 체결 등 개인보호구와 연관된 지적은 셀 수도 없이 진행해 왔으며 이제는 현장 도착과 동시에 지도하게 되는 디폴트가 되어 버린 듯하다.
지킴이 업무를 진행하며 가장 크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몸소 체감하며 느끼고 있는 것은 안전모는 단순한 작업복 일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보호구는 작업자를 낙하물이나 비계, 충돌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최후의 방어 수단 같은 것이다.
건설현장에서는 공구나 자재가 높은 곳에서 떨어질 수 있고, 작업자가 구조물이나 장비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평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고는 한순간에 발생한다. 안전모를 착용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그 순간 생명과 부상의 정도를 좌우한다.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해 보면 더 깊은 문제는 개인보호구 미착용이 단순히 개인의 부주의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안전모를 쓰지 않고 작업하는 모습을 다른 작업자가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이 정도는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이 현장 전체에 퍼질 수 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같은 것이다. 결국 개인의 작은 일탈이 조직의 안전문화 자체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현장에서 보호구 착용을 소홀히 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작업이 불편하거나 덥고 답답하다는 이유가 있을 수 있고, 잠깐 하는 작업이라는 생각 때문에 보호구 착용을 생략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하는 데 걸리는 시간 역시 매우 짧다. ‘잠깐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안전보호구 착용을 단순히 작업자 개인의 책임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현장 전체의 안전관리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관리자는 작업 전 보호구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작업자에게 보호구의 필요성과 올바른 사용법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보호구가 불편하거나 작업 특성에 맞지 않는다면 작업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보다 편리하고 적합한 보호구를 제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정을 지키기 위해 안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나와 동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관리자의 점검과 감독도 필요하지만, 결국 현장 구성원 모두가 안전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일 때 진정한 안전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2020년 사다리 작업 중 추락 사망-19명: 건설업 사다리 작업 추락 사망자 19명을 분석한 자료 가운데 16명(84.2%)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고, 사망자의 16명(84.2%)이 머리 부위에 상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 공단은 사다리 작업 사망사고가 안전모·안전대 착용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건설현장 거푸집 작업 중 추락-안전모·안전대 미착용: 건물 신축공사 현장의 작업자가 1층 보 하부 거푸집 상부에서 작업하던 중 발을 헛디뎌 추락한 사고가 제시. 공단은 발생 원인으로 떨어짐 방지 조치 미실시와 고소작업 시 개인보호구인 안전모·안전대 미착용을 명시했다. 예방대책으로 작업 발판·안전난간 설치와 함께 안전모 및 안전대 착용을 제시하고 있다.
▲고소작업 중 약 15m 추락 사망: 실내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차량 탑재형 고소작업대에 탑승해 작업하던 작업자가 작업대가 흔들리면서 약 15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한 사례. 공단은 발생 원인 중 하나로 개인보호구 미착용을 명시하면서, 고소작업대 작업 시 안전모 및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여기서 우리가 한번 더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은 “2020년 사다리 작업 추락 사망자 19명 가운데 16명(84.2%)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사망자의 16명(84.2%)이 머리 부위를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20년 사다리 추락 사망 분석)
건설현장에서 안전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안전모를 제대로 쓰는 것, 안전화를 신는 것, 높은 곳에서는 안전대를 착용하는 것처럼 아주 기본적인 행동에서 시작된다. 기본을 지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고 가능성은 줄어들고, 모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현장에 가까워진다.
안전수칙은 사고가 발생한 뒤에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지켜야 한다. ‘잠깐인데 괜찮겠지’, ‘이번 한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작은 방심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한 가정의 평범한 일상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안전모는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그 중요성을 잊기 쉬운 물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그 작은 안전모 하나가 한 사람의 생명과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마지막 방패가 될 수 있다.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은 ‘안전’이고, 가장 중요한 자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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