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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귀 한대 맞고 2천만원
  2006-04-14 11:44:2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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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다는 그날 친구 아버님의 급작스런 부고를 받고 하던 일마저 접어놓은 채 서울로 향했다. 친구의 부친은 젊은 날부터 줄곧 바다에서 청춘을 불태운 마도로스였다. 상갓집 풍속이 다 그렇듯이 그날 밤에도 사람들이 여기저기 패를 만들어 화투판이 벌어졌다. 그런데 느닷없이 구석 쪽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장례식장 안을 찌렁찌렁 울렸다. 남녀가 엉클어져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한 여자가 상대편 여자의 머리끄댕이를 붙잡고 죽어라 흔들어 대는 것이었다. 문상객들의 시선이 폭우처럼 그쪽으로 쏠렸는데 이번엔 한 남자가 칵 하고 바닥에 핏물을 뱉으며 소리쳤다.

“어? 이빨이 빠졌잖아! 삼촌! 아니 삼촌이 조카 이빨을 이렇게 호물때기 만들어도 되는거욧?”
“조카란 놈이 삼촌 눈을 속여 돈을 딸려구햇!? 옛끼 베라먹을 놈아!”

사람들이 와르르 몰려들어 싸우는 사람들을 밀어내듯 밖으로 데리고 나갔는데 참 보고 있으려니 가관이었다. 그날 김가다는 밤 늦게 의정부행 심야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문득 입가에 흐르는 고소를 금할 수 없었다. 옛날 20년전 양주땅 어느 산골마을에서 있었던 비슷한 사건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오늘처럼 동네 초상이 났었다. 한 동네에서 눈만 뜨면 마주치는 친구들끼리 화투판을 벌이고 있었다. 느닷없이 최00씨가 요강대가리란 별명이 붙은 김00의 볼퉁이를 냅다 쥐어박았다.

김00씨는 억 하는 비명을 지르고는 벌렁 뒤로 나자빠져서 눈퉁이를 붙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곧 김00씨의 눈이 외로 돌아가서 실명위기라는 의사의 진단이 나왔고 더럭 겁이 난 최00는 급기야 논 다섯마지기를 2천만원에 팔아 합의금으로 내어놓았다. 헌데 2천만원을 받은 김00는 우리네 눈병날 때 흔히 붙이고 다니는 안대만 달랑 며칠 귓바퀴에 걸고 다니더니 눈알이 돌아가기는 커녕 금새 멀쩡해졌다. 놀이 삼아 점 백 고스톱 치다 따귀 한대 맞고 순식간에 2천만원을 챙겼다는 얘기다. 20년전에 2천만원이 어디 작은 돈인가.

그때 받은 2천만원으로 사두었던 논바닥이 지금 아파트 용지로 수용이 되어 몇십억을 챙겼다나. 사실인지는 몰라도 소문이 그렇게 양주바닥에 짜했다. 김가다는 청량고추 하나를 된장에 딱 찍어 입으로 가져가며 중얼거렸다.

따귀 한대 맞고 2천만원 챙긴 그 놈이나 돈 받고 허위진단서 만들어준 땡팔이 의사 놈이나 잠깐 꼽살이 껴주고 돈먹은 경찰관 놈이나 다 그렇고 그런 놈들이지 뭐. 허긴 뭐 지능적으로 따귀 한대 맞고 수억원 뻥튀기 한 놈이나 허구한 날 공무원들 턱주가리에 돈다발로 입씻김 들이미느라 똥털이 다 닳아 없어지도록 부동산 투기에다 벼라별 소드락질로 수천억원을 용가리처럼 긁어모은 어느 사이비 교회 가짜 땡교주나 개구리랑 올챙이 차이지 뭐. 그런 짓 엄두도 못내고 평생 취생몽사하고 사는 나 같은 머저리나 한심하지. 그나저나 댁덜두 참 딱허우... 쯔쯔쯔... 북망산천이 코 앞에 다가섰는데 어째 그 모양으로 살어 그래?

소설집 <여보, 나 여기 있어>, <트럼펫> 등 출간

이번 호부터 동두천시에서 ‘재미나게’ 살고 있는 소설가 김실씨가 단편소설을 들고 매주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06-04-14 11:44:23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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