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무시’란 자동차 이름을 들어보셨는지?
제무시란 G. M. C(제너럴 모터스) 미국 자동차 공장의 약자가 한국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 부흥기 때 이 미국제 6륜 트럭은 대한민국 곳곳의 산업 현장에서 대활약했다. 그 당시 이 트럭의 비중이 얼마나 높았는지 제무시 운전사에게 딸을 시집 보내면 온 마을이 경사났다고 한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 자가용 1천만대 시대에도 신형 차량도 엄두내지 못하는 험한 산판(벌목현장)에서 묵묵히 나무를 나르는 ‘제무시’들이 있다.
양주시 백석읍 연곡리 석천가든 옆에 푸른색 GMC트럭이 서 있다. 곳곳에 녹이 슬고 창문은 손으로 밀어야 열린다. 마치 박물관에서 기어 나온 전시물 같지만 18년을 몰아왔다는 이종대(46)씨는 자신 있게 말한다.
“산판은 다른 차는 못가요. 이 차는 완전 6륜 구동이기 때문에 지금도 어지간히 험한 산도 쉽게 올라가지요.”
차의 연식은 60년대. 10년만 지나면 폐차소리 듣는 요즘 차에 비하면 50여년에 가까운 세월은 엄청나다.
“아버님 때부터 산판일을 물려받았지요. 고교 졸업 후 운전사 옆에서 운전을 배웠습니다.”
험한 산을 오가며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 얼핏 보아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나무의 수요가 가장 많을 때는 겨울, 장작이나 표고버섯 재배용으로 수요량이 폭등하는 때이다. 그러나 산판을 오가는 운전사들에게 겨울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빙판이나 진흙탕 비탈길에서는 수십 톤 나무를 실은 차가 스키마냥 미끄러집니다. 어지간하면 적재함에 실은 나무를 묶지도 않습니다. 행여나 산에서 나무 무게로 차가 기울어지면 그대로 끝장이니까요.”
단지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춥고 배고프고 득도 없다는 산사람이 되어 여러번 위험한 순간을 겪으면서도 산을 오갔다는 이종대씨. 부품도 없는 60년대 트럭을 직접 정비하고 개조하며 살아온 그는 강한 자부심이 있다.
“나무 자르는 안 좋은 사람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우리 생활에 목재가 없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나무는 엄청 중요하고 값진 자원입니다. 저는 그런 소중한 자원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종대씨와 함께 그 소중한 나무를 날라온 트럭은, 세월은 어쩔 수 없는지 이제는 여기 저기 낡고 녹슬어 있다. 그러나 미국제 GMC트럭이 아닌 ‘제무시’는 이제 우리의 살아있는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