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주를 사랑하는 시민
양주시 하수종말처리시설은 예산부족과 수혜자부담원칙에 따라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설립하고 20년간 한화가 양주시에서 돈을 받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건립되었다. 신천하수종말처리장과 장흥·송추하수종말처장, 남방하수종말처리장, 남면하수종말처리장은 엄청난 돈이 투입되었다.
이와 같이 분리하수관로를 매설하고 하수종말처리시설을 설립함으로써 10여년전까지만 해도 공장폐수와 생활하수로 검붉은 악취에 물든 신천, 곡릉천, 중랑천이 그런대로 수질환경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둔 반면 하수처리에 소요되는 운영비용은 양주시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양주시로서도 하수처리시설 운영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은 양주시가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다.
예산절감의 한 방법으로 양주시가 금년도 초에 하수종말처리시설과 분뇨처리시설의 운영권자를 교체하였다고 한다. 민간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위탁관리회사를 변경하는 것 또한 예산절감을 위한 혁신의 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재정절감의 혁신이라 하면 공무원들이 직접 수행하던 업무나 시설을 해당분야에 노하우가 축적된 민간이나 기업에 위탁하여 예산절감 효율화를 기하거나, 공기업에 위탁하여 재정관리의 투명화를 꾀하는 것을 말한다. 철도의 공사화라든지, 한국전력의 민영화라든지, 지금 논의되고 있는 KTX의 민간위탁이 한 예라 할 수 있다.
양주시는 최근 민간자본에 의해 설립된 신천·곡릉천 하수처리장 운영과 관련하여 계약상 수탁자에게 유리하게 과다한 금액이 계상되어 있다고 하여 그동안 한화가 운영하던 수탁권을 은행에서 빚을 얻어 260억원을 배상금으로 물어주고 회수하여 코오롱워터앤에너지(편의상 코오롱이라고 부른다)로 관리업체를 변경한 결과 연간 50억원 이상을 절감하였다고 자화자찬 하느라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있다.
그러나 예산이 절감되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남면하수종말처리장이나 신천하수종말처리장은 설립된 이후 근 10년을 운영하여 왔고, 계약당시 핵심부서에 있던 실무자들이 현재의 양주시를 이끌어가는 팀장·과장·국장·시장 등인데 그때 잘못된 계약내용을 수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뒤늦게 발견했느냐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한화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체결된 위탁계약을 큰 저항 없이 배상을 받고 물러났는데, 과연 이윤추구를 제일로 삼는 민간기업이 손해를 보고 물러났겠느냐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계약해지라는 명분으로 과다한 배상금을 주는 특혜가 아닌가 싶다는 얘기다. 한화는 장사가 되기 때문에 해약을 했다고 보면, 양주시는 손해를 봤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화가 양주시와 민간자본으로 설립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설립 중이던 광적하수종말처리장의 경우 양주시로부터 과다한 예산이 소요된다고 해서 해약을 통보받고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지난 1월29일 승소하였다고 한다. 이는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일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고, 손해가 난다 싶으면 체면 불구하고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소송도 불사한다는 기업의 생리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이와 비슷한 예로 한국수자원공사도 양주시와 상수도사업을 20년간 위탁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운영해 오다가 양주시로부터 해약통지를 받고 즉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고 본안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고 한다.)
지난 2월에는 안양시가 하수종말처리장 관리업체 선정 비리와 관련하여 시장 비서실이 압수수색을 받고 관련 공무원이 구속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하수종말처리시설 위탁관리에 많은 이권이 걸려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가 아니겠는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더욱 중요시하고 있다. 50억원을 절감하였다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50억원이 절감되었고, 당초 계약상 어떤 부분에서 계약이 잘못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잘못되었다면 당초 계약자와 협상에 의해 계약금액을 감액할 수 있는 부분과 방법이 없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새로운 신규업체가 특별한 특허나 관리기술이 없다면 그 시설을 설치한 기존업체가 신규업체보다는 비용절감이 손쉬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타 업체로 관리자를 변경할 이유가 있었다면 더 절감할 수 있는 요소는 없었는지를 투명하게 검토하고 공개하는 것이 민주행정의 기본이라고 시민들은 알고 있다.
그래서 행정절차법이 있다. 행정절차법에는 사업이나 정책을 입안하고자 할 때는 시민들에게 일정기간 공고를 통하여 의견을 수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년간 위탁계약을 체결해 놓은 것을 해약하고 타른 업체에 준다면 최소한 주민들에게는 공지를 해야 지방자치 행정의 기본이 아니겠는가! 또한 시의회에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장기계속계약을 체결하려면 지방재정법상 사전에 의회의 동의나 협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명백한 법적 근거를 보더라도 의회에 최소한 사전설명은 했어야 했다.
시민들에게 알리고 의회와 협의했어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 먼저 지방재정법상 수년에 걸쳐 예산이 집행되는 경우 의회에 협의하도록 되어 있다.
두 번째, 이번에 민간위탁으로 간 법적 근거가 하수도법 제74조이다. 하수도법 시행령에는 민간에 위탁할 수 있는 수탁자는 토지주택공사, 수자원공사, 지방공기업법에 의한 공사·공단, 이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체로서 수탁경험이 있는 자본금 2억5천만원 이상인 업체라고 한다. 토지주택공사, 수자원공사, 공사·공단에서 위탁이 안될 경우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것이 순리다. 특정업체에게 관리권을 주려는 의도를 바닥에 깔고 있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가는 대목이다.
세 번째는 하수종말처리장이 혐오시설로 인식되어 남면 입압리 주민, 은현면 하패리 주민, 장흥면 삼상리 주민, 남방동 주민, 그리고 아파트 입주민(하수처리시설이 아파트단지에 있는 곳도 있음)들과 첨예하게 대립되어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60억원의 보조금을 주고 격렬한 반대를 무마시킨만큼 적어도 위탁관리업체를 바꾸는 이유를 주민들에게는 알려야 했었다. 그래야 예기치 못한 악취나 가스가 발생하였을 때 주민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에 공공하수도수탁자심의위원회 심사도 없이 민간업체에서 민간업체로 위탁자가 바뀐 것에 대해서 많은 시민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수탁자심의위원회는 민간위탁의 타당성·계약내용·계약기간·계약당사자 선정 심사 등의 역할과 기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탁자심의위원회가 심의한 내용은 일간지에 20일 이상 공고하여 주민들에게 알리도록 되어 있다. 계약이 잘못되면 소송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공무원이 아니라 조세를 부담하는 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연간 100억원이 소요되던 위탁비가 30억원으로 줄어든다면 절감은 분명하다. 그러나 코오롱은 전 계약자인 한화와는 달리 운영비 외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슬러지 처리비와 정화약품비, 전기료, 기계수리비, TMS 운영비, 마을오수처리비 등을 별도로 지급받도록 되어 있고, 추가로 수리가 필요한 시설공사와 개보수공사 부분도 받도록 되어 있으니 그 금액이 향후에 얼마나 청구될지 아무도 모른다. 계약기간이 끝나는 3년 내지 5년 후에나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양주시의회의 존재와 역할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의회는 지금이라도 조사특별위원회라도 구성하여 낭비적인 요인은 없는지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