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 달라졌다. 어디? 의정부 중앙로 말이다. 아니 행복로 말이다
주말 저녁, 이전엔 없었던 대형 커피숍에 앉아 내려다보면 역시나 이전에 없었던 다른 얼굴들이 보인다. 그것도 아주 많이 보인다. 그들은 마치 애초부터 이 거리에 있던 사람들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벤치에 혹은 분수대에 걸터 앉아 크게 웃고 이야기한다. 아, 물론 조금은 머뭇거리는,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내가 어릴 적 이 거리에서 보았던 하얗고 키가 큰 혹은 아주 까만 사람들이 아니라 나보다 조금 어두운 피부의 눈이 커다란 사람들이 있고, 나와 거의 비슷한데 눈이 좀 더 작은 사람들도 있고, 인도 부처님처럼 생긴 사람도 있고 암튼 아주 많이 다양해졌다.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왜 왔을까? 나는 의정부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 일한다. 센터는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생활 적응과 고용허가제의 정착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갖고 태어난 고용노동부의 민간위탁 기관이다. 그래서 나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매일 만난다. 굳이 행복로 까페에서 내려다보지 않아도.
센터에는 학생, 시민 등 다양한 토종 한국 사람들이 다문화교육, 다문화체험을 위하여 수시로 방문한다. 나는 이들에게 센터사업 소개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그 때마다 내가 꼭 하는 질문이 있다. 이주민들은 한국에 왜, 어떻게 왔을까요?
어이없다는 듯한 침묵이 1~2분 지나고, 내가 다시 왜일까요? 라고 물으면 그제야 답이 나온다. “돈벌러.” “가난하니까 돈벌러요.”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고.” “일해서 돈벌러.” “그 나라가 가난하니까 한국사람이랑 결혼하려구요.” “공부하려구요.” “시집왔지요.” 초등학교 1학년 학생부터 교장선생님들까지 방문한 사람들은 정확히 똑같은 답을 한다.
“살짝 생각을 바꾸어보세요. 입장을 달리해보세요.” 내가 다시 묻는다.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말한다. “우리가 불러서.”
일동 눈을 크게 뜨고 “호오~~” 끄덕끄덕.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내가 말한다. 우리는 불러서 온 사람을 뭐라고 부르지요? “손님이요.” 하하하~ 강의 끝이다~ 이후 얘기는 일사천리다. 한국 사람은 옛날부터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기로 유명하지요? 손님이 찬물을 찾는지, 더운물을 찾는지, 잘 방이 따뜻한지, 반찬은 무얼 좋아하는지 수시로 손님의 안색을 살피며 불편한 곳이 없나 묻고 배려하지요?
하기야 아무리 우리가 필요해서 불렀다 해도 이들을 그저 비단방석에 앉혀 극진히 대접해야 할 손님이라고만 하기엔 뭔가 아닌 듯 싶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서 온 것 아닌가?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주민들을 자신들이 필요에 의해 갑자기 들어온 이방인으로 보지 말고 한번쯤은 다른 시각에서 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아주 가끔이라도 손님을 대하듯이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고 그들이 가지고 온 물건들과 습관을 신기하고 귀하게 여겨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우리 집의 반찬이 다른 집에서도 맛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고, 우리 집 온돌이 손님에겐 너무 뜨거울 수도 있지 않은가?
오늘 같은 일요일 여전히 행복로엔 아이를 안은 결혼이민자들과 포천에서 양주에서 몰려든 이주노동자들이 가득하다. 저들은 한번이라도 손님으로 대접을 받아 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