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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검찰, 김재철의 공통점은 수치심 모른다는 것
고승우/미디어오늘 전문위원
  2012-06-27 15:35:56 입력

이명박 정권의 특징은 대통령부터 부끄러움, 수치심을 모른다는 것이다. 사회의 소금이요 정의의 수호자라는 검찰, 언론사 MBC 사장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치와 법 집행, 언론 역할 수행과정에서 수치심이 실종될 경우 뻔뻔스럽고 구역질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악취가 진동하게 된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 절대 필요한 인간의 수치심은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고 학습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결론이다. 사랑, 분노, 슬픔, 공포, 기쁨과 같은 감정이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지만 수치심, 죄책감, 이타심 등은 사회적 학습에 의한 것이다.

중동, 동남아 등에서는 수치심이 생과 사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중동에서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가족을 살해하고, 일본에서는 수치심 때문에 할복자살을 하는 전통이 있다. 그러면 한국 사회는 어떤가. 선조들의 기록을 보면 조선시대 이전은 체면을 생명보다 중요시 여겼다. 체면을 구기느니 차라리 목숨을 내놓는다는 식이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은 일제 이후 친일파 청산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회정의와 같은 큰 가치가 실종된 사회구조적 탓도 크다.

이명박 정권 들어 한국 사회의 수치심 지수는 과거에 비해 훨씬 낮아졌다. 이 대통령은 BBK 사건은 물론 집권 이후 벌어진,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굵직한 사건에서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모습을 지겹게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삼척동자도 손가락질할 잘못에 대해 인정하는데 인색하다. 국민 앞에 진정 부끄러워하거나 책임 문제 등에 진지한, 감동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도 큰 문제다.

검찰이나 경찰 등 사법기관은 사회의 부정부패 지수를 낮추는 소금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들의 억제력이 제대로 발휘되면 사회적 일탈행위 발생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엉터리 판관 짓을 할 경우 그 부작용은 너무 심각하다. 진실과 정의가 실종되는 절망적인 사회가 된다. 검찰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하나의 조직이라는 동일체의 원칙을 강조하는 큰 권력 조직이다. 현 정권 들어 검찰 스스로 얼굴에 먹칠을 하는 식의 엉터리 수사가 지속되는 일이 이어지지만 전체 검찰 조직은 침묵한다. 노무현 정권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사법 정의확립을 외치던 젊은 검사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해괴한 일이다.

최근 검찰이 청와대 내곡동 사저 의혹, 청와대 비서관 등이 개입된 불법사찰 사건 수사에서 정치검찰의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천하가 지켜보는데도 눈감고 아웅 하는 짓을 밥 먹 듯 하는 검찰의 그런 모습은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인사권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인지 모른다. 검찰행정 최고 책임자인 법무장관이 불법사찰 사건 발생 당시 청와대 요직에 있었다는 사실 때문인지 청와대 관련 의혹은 신속하게, 면죄부를 주는 식의 털어내기식 부실수사가 꼬리를 잇고 있다. 이런 식으로 검찰이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때 그의 임기 후가 정말 걱정된다.

MBC 김재철 사장의 경우 수치심, 죄책감 등과는 완전히 담을 쌓은 언론사장이라는 점에서 놀랍고 개탄스럽다. 언론은 사회의 소금이요 목탁이다. 스스로 투명하고 바르지 않으면 사회에 비판의 날을 세울 수가 없다. 그는 언론사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 사내에서 법인카드 횡령, 무용가 J씨에 대한 20억 특혜, J씨와 합작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제기하는데 인사권, 징계권을 휘두르면서 전체 언론계는 물론 그 회사 이미지를 참담하게 망가뜨리고 있다.

김 사장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언론의 최대의 사명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면 이토록 장기간 한 언론사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모한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정방송을 주장하는 노조의 주장에 눈과 귀를 막은 채 ‘불법파업’이라면서 징계의 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 그는 공익을 위한 파업을 벌이는 70명 가까운 언론인과 그 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김재철 사장은 현 정권이 낙점한 낙하산 사장 가운데 최악의 수치심, 죄책감을 지닌 인물로 평가된다.

권력욕구의 광풍이 지나가면 세상은 다시 평상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대통령, 검찰, MBC 김 사장 등도 미래의 어느날 일상적인 평상심에 의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런 날을 대비해야 한다. 세월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다. 이제 스스로에게서 바닥난 수치심과 죄책감을 되살리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천하가 눈을 부릅뜨고 대통령, 검찰, MBC 사장을 지켜보고 있다. 각자 위치에서 역사를 의식하는 자세로 현실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파악해서 행동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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