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겨울 밤하늘에 메아리치는 소리, “찹쌀~떡~메밀~묵~”
수십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목소리의 주인공은 떡 가방을 둘러맨 강민하(24)씨.
강씨의 홀로 서는 사회생활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비즈공예에 꿈을 품고 꾸준히 돈을 모아 스무 살이 되던 해 조촐한 가게를 차렸지만 꿈은 짧았다. 사촌형을 보증 섰는데 형이 그만 잠적하는 바람에 보증금을 다 날리고 망해야 했다. 아내는 딸을 놔두고 사라졌고, 5~6개월을 방황했지만 6살도 안 된 딸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스물 한살의 젊은 아빠 강민하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생활정보지를 뒤져 찹쌀떡, 메밀묵 장사를 시작한 것이 3년째다.
“아이 앞에서 아빠가 힘없으면 안돼요.”
하루 벌어서 하루 살다보니 모아놓은 것이 없는데 요즘에는 수입도 떨어졌다. 재작년에는 하루 10만원까지 벌었지만 올해에는 오후 1~2시부터 새벽 4~5시까지 일해도 겨우 5만원을 채우기가 벅차다. 불경기가 추위처럼 온몸에 사무친다.
의정부, 동두천, 양주, 연천 등 가리는 곳 없이 돌아다니며 장사하다 보니 여러 사람을 만난다. 볼일 급해 화장실 간 사이 떡을 훔쳐가는 사람, 술에 취해 욕하고 반말하는 손님들과 상대하다 보면 어깨가 처진다. 그러나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겨울에 한 여고생이 저에게 고생한다고 매일 커피랑 샌드위치를 준비해 놓고 기다려 주더군요. 한번은 눈 때문에 늦었더니 다시 집에 올라가 식은 커피를 데워줬습니다. 그 뒤에 ‘아저씨 찹쌀떡 먹고 대학생이 됐다’고 자랑할 때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찹쌀떡은 10개 3천원, 20개 5천원. 싼 편은 아니다. 하지만 밤새 거리를 헤매며 벌어들인 돈에는 꿈이 담겨 있다. 강씨가 미래에 시작할 비즈공예 가게에 대한 꿈이다.
“즐겁게 살아야 해요. 계속 울기만 하면 복이 달아나요. 사람이 살다보면 힘들어도 웃고, 울고 싶을 때도 웃고, 슬퍼도 웃어야지요.”
나보다 남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늘 생각한다’며 더 나은 모습을 찾기 위해 힘쓸 것이라는 강씨는 다시 떡 가방을 둘러매고 밤거리로 나선다.
“무엇보다 딸이 튼튼하고 밝게, 소신껏 컸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