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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 100년과 MB 정권
  2010-09-08 10:58:52 입력

▲ 고승우/미디어오늘 전문위원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후 100년. 아픈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한국이 떳떳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부끄러움과 부족함은 없는지 살피게 된다. 경술국치 이후 강산이 10번은 바뀌었지만 조국은 아직 분단된 상황이고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꼬리를 잇는다.

외적 침략의 후유증 탓일까. 한반도는 둘로 쪼개져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지금도 남북은 땅과 바다, 하늘 길이 몽땅 꽉 막힌 상태다. 일본은 과거의 범죄사실을 인정치 않았고, 한미 두 나라와 북한·중국이 편을 짜서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국내 정치는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자진사퇴하면서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의 향후 대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20세기 초 우리 조상들이 제대로 했으면 나라를 남에게 빼앗기는 굴욕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침략자 일본을 책망하고 원망하면서도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 보면 역시 내 탓을 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국치를 겪게 된 원인은 다양하겠으나 그것을 초래한 내부적 요인 가운데는 변화에 대한 거부가 가장 컸다. 조상들이 서구의 과학기술과 산업시스템으로 초래될 변화를 외면한 결과는 결국 국권 상실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변화에 대한 거부는 오늘날 한국 정치의 병폐의 하나다. 특히 보수세력은 남북 분단상황이 통일로 진행하는 변화에 대해 거부반응이 대단하다. 이들의 태도는 민족을 이념에 앞세울 만큼 폐쇄적이다. 이념대결은 냉전시대와 함께 끝난 것이 정설이지만 이명박 정권은 신냉전 복귀에 앞장선 모습이다. 통일부는 경술국치에 대해 남북한 공동취재보도 신청까지 거부했다. 이는 현 정권이 역사바로잡기를 위해 과거 정부가 발족시킨 관련위원회 다수의 문을 닫게 한 것과 무관치 않다. 변화를 싫어하면서 곰팡이 냄새나는 과거의 거죽을 뒤집어 쓰는 해괴한 일을 21세기에도 벌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인권과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변화에 등 돌린 채 오만과 독선의 정치를 밀어붙이다가 총리와 장관 내정자들이 대거 낙마하는 사태를 자초했다. 한국 민주주의 수위는 진보와 개혁이 대세다. 6.2지방선거에서 20∼30대 젊은 층의 투표율이 40%대였다. 이들 연령층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산소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들의 체질은 이미 진보와 개혁에 익숙하다.

이명박 정부가 그런 사실을 파악치 못하고 있지만 야당도 거의 엇비슷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 평생연금 지급을 슬그머니 통과시킨 것에서 여의도 정치의 체질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러니 정치판에서 신명나는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향후 총리와 일부 장관 내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수용한다면 그는 성공적인 대통령이 될 가능성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지금 한국의 자화상은 지구촌에서 경제순위 10위권 안팎, 한류문화 수출국이다. 지구촌에서 국가를 단위로 한 생존경쟁, 특히 2차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군 가운데 성공적인 성적표다. 이런 성과를 놓고 누가 잘한 것이냐를 놓고 논쟁이 진행 중이다. 소수의 지도자 덕택이냐, 아니면 다수 민중의 잠재력 발휘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한반도 나머지 반쪽과의 관계는 매우 부정적이다. 금강산, 개성관광지역이 평화의 상징으로 세계에 알려졌지만 남북 간 정부관계는 얼어붙고 다른 모든 관계도 거의 단절상태다.

100년 전 조상들은 권력투쟁 과정에서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외세의 등에 업히는 어리석은 짓을 하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잃었다. 오늘날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대북정책이나 국제외교에 함몰되어 가는 것은 경계해야 할 모습이다. 외교는 외국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처신을 잘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술국치의 가해자인 일본은 ‘왜구’에서 서구의 문물을 동북아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몇 십 년 일찍 받아들이면서 군사강국으로 등장해 한 때 지구촌의 침략자로 행세했다. 일본이 20세기 초부터 2차대전까지 저지른 범죄행각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쟁범죄를 인정치 않는 치졸하고 추악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

일본은 한반도 강탈 전에 저지른 독도영유권 탈취시도를 오늘날에도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억지를 부린다. 이런 나라를 이웃으로 두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소수이기는 하나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그들의 조상이나 현재의 위정자들이 벌이는 부적절한 처사를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해 양심은 그곳에도 살아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오늘날 지구촌의 현존하는 국가와 내노라 하는 민족들의 역사를 보면 역시 뭔가 남 다른 자질을 지니고 있다. 그런 존재들만이 오늘날 살아남았다고 할까? 한민족도 동북아의 한 부분을 주 무대로 살고 있지만 역시 많은 장점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주변 4개국도 그렇지만 한반도 주민들의 역량도 대단하다. 먼 훗날 사가들은 오늘날의 한반도 역사를 기록할 때 남측은 경제와 문화에서 세계 상위권이고 북측은 강대국과의 자주적 외교역량에서 탁월했다고 적지 않을까?

지구촌과 그 역사를 조망하면, 국가 또는 민족 단위의 흥망성쇠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남북한의 오늘의 객관적인 위상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거듭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적응력, 탁월성에 의해 그 성적표가 매겨질 것이다. 100년 전 한민족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것은 당시 국제정세에 뒤진 행보를 선택한 나라가 피하지 못한 불행이었다. 그것은 외교적인 측면에서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남의 탓을 하기는 쉽다. 하지만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 탓이요 하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국가와 민족, 개인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미디어오늘(www.mediatoday.co.kr)과 기사제휴

2010-09-08 11:05:23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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