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하고, 아주 착해야 함. 공부는 무조건 잘하고, 외국어 두개 정도는 추가로 신청합니다. 요즘은 예체능도 아주 중요하니까 운동과 악기 하나씩 할 수 있어야 됩니다. 주의할 점은 어른에게 말대꾸를 한다거나 장난꾸러기는 절대 안된다는 것입니다. 조심해서 배송해주시기 바랍니다.”
요구조건을 모두 정리한 다음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주문완료 키를 클릭했다. 배송기간은 일주일이며,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송이 가능하다는 창이 떴다가 사라졌다. 인터넷이 아니라 어쩌면 TV홈쇼핑이나 광고전단지를 보고 주문했는지도 모르겠다.
콘라트는 이렇게 주문되어서 바톨로티 부인에게 택배로 배송되었다. 물론 잘못 배송되었다. 참치캔을 따듯이 원터치 캔뚜껑을 힘겹게 열자 소독약 냄새가 확 풍기면서 어린아이 하나가 톡 튀어나왔다. 바톨로티 부인은 눈앞에서 작은 별들이 왔다갔다 하고, 그 뒤로는 보라색 망사가 보이는 것 같은 정도로 심하게 놀랐다. 깡통 속에서 아이가 나오다니.
깡통 소년 콘라트. 환하고 부드러운 금발머리에 눈은 동그랗고, 어른들이 싫어하거나 학교-실은 상품 교육장이라고 해야 한다-에서 교육받지 않은 것은 절대로 하지 않는 여덟살 소년이었다. 바톨리티 부인이 아주 귀여운 콘라트에게서 가장 놀라우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어른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 부모에게 사랑받는 방법을 매뉴얼처럼 외우고, 그렇게만 행동하려는 아이. 어른들이 원하는 가장 어른스러운 아이가 아닐까. 호기심으로 행동하고, 움직이고,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을 좋아하고, 단맛이 강한 사탕을 먹으려 하는 것이 당연한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즐거워야 한다. 즐거운 이들이 바로 아이들이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아이들의 표정을 살펴보면 웃음 속에도 그늘이 보인다. 공부를 잘 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도 배워야 하고 피아노와 바이올린도 배워야 한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발레 교습소로 보내고, 주말에는 골프도 배우게 해야지.”
어른들의 이런 생각이 아이들만의 모습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렇게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가고, 아이들은 점점 사라진다. 택배로 주문한 깡통 소년 콘라트처럼 어른들이 주문한 아이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어른들 스스로가 바톨로티 부인이 되어야 할 차례다. 어른스러운 아이였던 콘라트를 진짜 아이다운 아이로 되돌아가게 만든 바로 그런 어른이 되어야 한다. 이 방법만이 진학에 실패했다고 자살하려는 또 다른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 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