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국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가 어떤 말을 하는지, 회의가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는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이제는 몇 마디 말이나 자극적인 장면만으로 국민의 판단을 흐릴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우리 국민은 생각보다 훨씬 현명하다.
정치인이 국민을 대표한다고 해서 정치인이 국민보다 더 현명하거나 더 훌륭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국민 가운데는 선출직 정치인보다 훨씬 깊은 식견과 풍부한 경험, 높은 도덕성과 국가를 걱정하는 마음을 가진 분들이 얼마든지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의 자리이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은 정치인의 말만 듣지 않는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어려운 순간에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를 지켜본다.
국회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민주주의에서는 치열한 토론과 비판이 필요하다. 그러나 토론과 고성은 다르고, 비판과 모욕은 다르다. 어린이들도 회의를 할 때는 서로의 말을 듣고 차례를 지키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국회에서 기본적인 질서와 절제조차 지켜지지 않는 모습을 국민이 반복해서 보아야 한다면, 국회가 과연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국회의원은 국민의 한 표를 받아 그 자리에 들어왔다. 그 순간부터 그 자리는 개인의 자리가 아니라 국민이 잠시 맡긴 자리다. 그러므로 선출되었다는 사실이 국민보다 우월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일수록 더 겸손해야 한다. 더 많이 듣고,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무겁게 책임져야 한다. 국민은 정치인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갖는 것을 이해한다. 여야가 논쟁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한 과정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국민을 위해 일해 달라는 요구까지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는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정해진 절차를 지키며,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서로 손을 잡는 국회.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최소한의 모습이다.
정치인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을 무지한 사람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국민은 보고 있다. 국민은 듣고 있다. 그리고 국민은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국민을 두려워하라는 말이 아니다. 국민을 존중하라는 말이다.
선출직이라는 이름이 사람의 지혜와 인격까지 보증해 주는 것은 아니다. 국민 가운데는 말없이 자기 자리에서 평생을 살아오면서도 국가와 사회를 누구보다 깊이 걱정하고, 정치인보다 훨씬 올곧은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가 국민에게 배워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거창한 구호보다 먼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보다 높은 곳에 서려 하지 말고, 국민의 뜻을 살피는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국민은 싸움하는 국회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일하는 국회, 책임지는 국회, 그리고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국회를 원한다. 그리고 그 국회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결국 국민의 몫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