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질병의 이름이 아니라 증상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성 치매(약 70%) 외에도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독성 단백질이 쌓여 해마와 대뇌피질을 손상시키며 발생한다고 합니다. 특히 이 물질이 ‘올리고머화’라는 형태로 응집되기 시작하면 알츠하이머 진행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증상이 시작되기 10~30년 전부터 이미 뇌에서 진행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인 50대 중반쯤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 확인을 통해 알츠하이머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이 매우 유익합니다. 올리고머화 아밀로이드 베타 검사는 혈액 내 아밀로이드 베타의 응집 형태를 분석하여 알츠하이머의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진단 목적이 아닌 무증상 상태에서의 위험도 평가에 중점을 둡니다.
결과는 보통 저위험, 경계, 고위험 세 단계로 분류됩니다. 민감도는 100%, 특이도는 약 92.31%로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이며, 보통 50세 이상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므로 가족력이 있는 분, 최근 기억력 저하를 자주 경험하는 분이라면 조기에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가족 중 환자가 있었던 경우라면 예방 차원에서 정기적인 검진을 고려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2021년 이후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가 승인되어 초기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타우 단백질 제거 등 여러 기전을 동시에 활용하는 ‘칵테일 요법’이 기대되는데, 올리고머화 아밀로이드 베타 검사를 통해 예측하고 치매를 조기 진단하여 항체 치료를 빨리 받아 치매로 고통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변비가 치매의 초기증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령 환자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패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변비가 심한 어르신일수록 치매나 인지기능 저하를 함께 겪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사실입니다. 단순히 “나이가 드시니 장도 약해지고 머리도 깜빡깜빡하시는 거겠지” 하고 넘기기엔 두 증상의 병발 빈도가 너무나 높았습니다. “과연 기분 탓일까?” 싶어 의학 자료와 연구들을 들춰본 순간 “아, 과연 그렇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소름이 확 돋았습니다.
머리 꼭대기에 있는 ‘뇌’와 저 밑 뱃속에 있는 ‘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지독하게 얽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과 뇌는 ‘직통 고속도로’로 이어져 있다고 합니다. 장-뇌 축(Gut-Brain Axis)이론이 있습니다. 우리는 뇌와 장이 완전히 별개의 기관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장에는 뇌 다음으로 많은 약 5억개의 신경세포가 분포해 있어 ‘제2의 뇌’라고 불립니다.
특히 뇌와 장 사이에는 ‘미주신경(Vagus Nerve)’이라는 아주 굵은 신경 고속도로가 뻥 뚫려 있습니다. 최근 학계에 따르면, 장에서 생성된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알파-시뉴클레인 같은 독성 단백질 찌꺼기들이 엘리베이터를 타듯 이 미주신경줄을 타고 뇌로 직접 기어 올라간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치매의 씨앗이 머리가 아닌 뱃속 장에서부터 싹을 틔워 뇌로 이동한다는 뜻입니다.
장 속에 변이 제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3~4일씩 머물면 대장 안은 그야말로 썩은 하수구가 됩니다. 이때 득세한 유해균들은 내독소(LPS)라는 치명적인 염증 물질을 대량으로 뿜어냅니다. 이 내독소들은 마치 ‘장벽을 공격하는 미세 수류탄’처럼 작용하여 촘촘해야 할 장 점막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버립니다(장 누수 증후군). 뚫린 구멍을 통해 혈류로 쏟아져 나온 독소와 염증 물질들은 온몸을 돌다가 결국 뇌혈관 장벽을 두드리고, 뇌 신경 세포에 직접적인 염증을 일으켜 기억력을 담당하는 세포들을 하나둘 파괴해 나갑니다. 변비 치료가 곧 가장 확실한 치매 예방 백신이 됩니다.
고령 환자에게 변비는 단순히 “배가 좀 묵직하고 가스가 차는 소화기 문제”가 아닙니다. 식욕 부진, 불면, 극심한 초조와 난폭 행동을 유발해 치매 증상을 급격히 악화시킵니다. 오늘 아침 화장실에서 보낸 시간이 10년 뒤 나의 소중한 기억과 가족의 얼굴을 지켜낼 수 있는 열쇠가 됩니다.
하루 1.5~2L의 순수한 맹물 마시기, 차전자피, 키위, 해조류 등 부피를 키워주는 식이섬유 챙기기, 배변 시 발판을 사용해 무릎을 올리는 마법의 각도(35도) 만들기, 화장실에는 10분 이상 앉아 있지 않기 등 진료실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의 꽉 막힌 장을 뚫어드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뇌 속의 짙은 안개를 거두어내는 가장 위대하고 완벽한 첫걸음입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