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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가평의 건설현장을 돌고 있다. 처음에는 낯선 방문자를 경계하던 현장도 계절이 몇 번 바뀌자 이제는 익숙한 얼굴들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또 오셨네요. 스토킹하시는 겁니까?”, “왜 자꾸 따라다니세요?”라는 농담도 심심찮게 듣는다. 그럴 때면 나도 “선거에 출마하려고 얼굴 익히는 중입니다”라고 받아친다. 함께 웃고 나면 현장의 공기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어쩌면 안전은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동안전지킴이의 일은 거창하지 않다. 특별한 위험을 찾아내기보다 모두가 익숙해져 그냥 지나치는 위험을 한번 더 바라보는 일에 가깝다. 작업 발판이 흔들리지는 않는지, 안전난간은 제대로 설치됐는지, 안전모 턱끈은 잘 매어졌는지, 자재가 통로를 막고 있지는 않은지 같은 작은 것들을 살핀다. 사소해 보이지만 산업재해는 대부분 그런 작은 방심에서 시작된다.
며칠 전 한 현장에서는 작업 통로에 자재와 전선이 뒤엉켜 있었다. 작업자들은 매일 오가는 길이라 불편함조차 익숙해진 듯했다. 통로를 정리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잠시 뒤 다시 지나가 보니 자재는 가지런히 치워지고 전선도 한쪽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이제 훨씬 다니기 편하네요”라는 작업자의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그날은 특별한 사고도 특별한 사건도 없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큰 성과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현장을 다니다 보면 안전은 규정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서로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작은 지적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을 때 비로소 안전은 생활이 된다. 그래서 점검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작업자를 단속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안전을 만들어 가는 동료로 대할 때 현장도 조금씩 달라진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도로와 건물, 학교와 병원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노동자의 땀으로 완성된다. 그분들이 무사히 퇴근해야 한 가정의 평범한 저녁이 지켜지고 우리 사회의 안전도 이어진다. 노동안전지킴이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결국 사람이다.
오늘도 나는 현장을 걷는다. 혹시 놓치고 지나가는 위험은 없는지 누군가의 무사한 퇴근을 위해 한 번 더 둘러본다. 눈길이 자꾸 머무는 곳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결국 우리 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일이라는 믿음이 오늘도 나를 현장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