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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최근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보면 여전히 안타까운 지표가 눈에 띕니다. 전체 사망자 605명 중 50인 미만의 중소형 사업장에서 351명이 사망하여 전체의 58%를 차지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의 사망자 수는 174명으로 전체의 29%나 된다는 사실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확대 적용되고 모든 사업장이 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하도록 법이 개정되었으나 인력과 예산, 정보가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필자는 과거 대형 건설사의 품질안전 총괄책임자로 근무하던 시절, 제조업의 초정밀 품질관리 기법인 ‘6시그마(6 Sigma)’를 안전관리에 과감히 도입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건설현장은 유기체 같아서 규격화가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팽배했지만, 감과 직관에 의존하던 안전관리를 통계와 시스템 기반으로 대전환한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잦은 재해로 골머리를 앓던 조직이 단기간에 ‘업계 최저 수준의 재해율’을 달성하는 기적을 일궈낸 것입니다.
이쯤 되면 현장에서는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지금도 법으로 위험성 평가가 의무화되어 번거롭고 귀찮은데 제조업에서나 쓰는 6시그마를 왜 굳이 건설현장에 들먹이느냐’는 시각입니다. 아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지적입니다.
그러나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6시그마는 원래 통계학적 기법으로, 100만개의 제품 중 단 3.4개의 불량만을 허용하는 초정밀 품질관리 전략입니다. 이를 건설 안전에 대입하면 ‘100만 번의 위험 노출 기회 중 단 3.4건의 아차사고(Near Miss)나 재해만 허용하겠다’는 완벽에 가까운 안전 추구 방식입니다.
그렇다고 현장 안전관리에 이러한 수치적 완벽만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지 ‘100만명 중 단 3~4명이라도 우리 현장에서 중대재해를 입어선 안 된다’는 타협 없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된 ‘위험성 평가’는 사실 이 6시그마 기법과 완벽하게 맥락을 같이 하는 일맥상통하는 시스템입니다. 굳이 6시그마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위험성 평가를 정밀하게 이해하고 그 대책을 현장에서 제대로 수립·시행하기만 한다면 재해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6시그마 안전관리의 핵심인 DMAIC 로드맵을 들여다보면, 현행 위험성 평가 프로세스가 그대로 일치합니다.
▲정의(Define)와 측정(Measure): 위험성 평가에서 현장의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그 위험의 빈도와 강도를 산정하여 등급을 매기는 과정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분석(Analyze): 위험 요인에 대해 해당 현장의 특수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만을 탓하기보다는 그 행동을 유발한 ‘불안전한 상태’와 ‘시스템적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해야 합니다. ▲개선(Improve)과 관리(Control): 위험성 평가의 핵심인 ‘위험성 감소대책 수립 및 실행’과 완벽한 동의어입니다. 돈이 많이 드는 스마트 장비가 아니더라도 안전 난간대를 즉시 보강하는 현장 맞춤형 개선이 필요하며, 이것이 유지되도록 작업 전 안전 점검 회의(TBM)를 통해 매일 표준화된 수칙을 반복 고지(관리)해야 비로소 안전이 일상화됩니다.
많은 이들이 안전관리를 단순한 ‘규제 대응 비용’이나 번거로운 서류 작업으로 치부합니다. 그러나 6시그마와 위험성 평가의 관점에서 안전사고는 공사 중단, 재시공, 손해배상으로 이어지는 가장 막대한 ‘실패 비용(COPQ: Cost of Poor Quality)’입니다. 역설적으로 서류용이 아닌 ‘진짜 위험성 평가’를 통해 안전을 잡으면 불필요한 손실이 사라져 생산성과 품질이 동시에 올라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소현장의 안전관리는 결코 대기업만의 일도, 남의 일도 아닙니다.
현재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로서 매일 중소형 현장을 구석구석 점검하며 땀 흘리는 소장님들과 근로자들을 마주합니다. 대기업 시절 완벽하게 구동되던 방대한 6시그마 시스템을 이분들에게 그대로 강요할 수는 없으며 또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매일 작성하는 위험성 평가서 한 장 속에 대형 건설사를 변화시켰던 6시그마의 강력한 과학적 DNA가 이미 들어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운이 좋아서 오늘 하루 무사고인 현장’이 아니라 ‘위험성을 미리 보고 시스템으로 통제하는 안전’의 가치가 중·소현장에도 깊이 뿌리내려야 합니다.
이제는 법적 처벌이 무서워 억지로 하는 서류 작업에서 벗어나 중·소현장에서 더욱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현장 맞춤형 위험성 평가 시스템’으로 실질적인 내실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리고 소규모 현장들이 이러한 시스템적 안전관리를 현장에 잘 녹여내도록 곁에서 돕고 지도하는 것이 바로 우리 노동안전지킴이들의 소명이자 몫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