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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우리는 원인을 찾는다. 안전모를 착용했는지, 안전난간은 설치했는지, 안전교육은 받았는지 살펴본다.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소규모 건축 현장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이라면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현장의 안전은 과연 누가 책임지고 있는가. 노동안전지킴이로 현장을 점검하며 느끼는 것은 위험 그 자체보다 위험을 대하는 태도다. 추락위험도, 낙하위험도, 전도위험도는 새로운 위험이 아니다. 안전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고, 작업 발판을 설치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노동자 역시 안전모와 안전대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위험은 반복된다.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조금만 작업하면 됩니다.” 그러나 산업재해는 바로 그 ‘조금만’의 순간에 발생한다. 위험을 몰라서가 아니다. 위험 감소를 위한 조치를 누가 결정하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며, 누가 책임질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규모 건축 현장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관급공사의 경우 시공사가 비교적 명확하게 현장을 관리한다. 반면 개인 건축주가 발주하는 소규모 건축 현장에서는 건축주 직영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건축주 대부분이 건축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건축주는 발주자이자 책임 주체가 되지만 공정관리와 품질관리, 안전관리까지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실제 시공은 현장 경험을 가진 업자들이 담당하게 되지만, 시공과 안전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여러 주체 사이에 나뉘게 된다.
종합건설사가 계약의 주체인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있다. 건축주는 종합건설사의 전문성을 믿고 계약하지만 실제 시공은 여러 단계를 거쳐 현장으로 내려간다. 물론 모든 현장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소규모 건축 현장을 다니다 보면 안전시설 설치조차 부담으로 여겨지는 현실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위험을 알고도 개선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전은 의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안전시설을 설치할 사람, 위험한 작업을 중지시킬 사람, 안전 관련 예산을 집행할 사람, 그리고 그 결과에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안전은 비용의 문제이기 전에 책임의 문제다.
그동안 우리는 안전교육을 강화했고,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 왔다.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동차 안전벨트가 오늘날의 일상이 된 것은 안전의식만으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제도와 관리, 책임이 함께 작동했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도 마찬가지다. 특히 소규모 건축 현장에 대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종합건설사가 수주한 현장이라면 이름에 걸맞게 시공과 안전관리의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건축주 직영 방식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건축공사에 대해서는 일정한 기술과 경험을 갖춘 전문 시공자가 실질적인 책임을 맡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규제를 늘리는 일이 아니다. 누가 시공하는지, 누가 안전 관련 예산을 집행하는지, 누가 위험을 개선할 권한과 책임을 갖는지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위험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그래서 해법 또한 멀리 있지 않을 수 있다. 위험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사람이 안전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 또한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안전을 이야기해 왔다. 이제는 안전을 책임질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소규모 건축 현장의 안전을 이야기할 때 안전모를 썼는가, 난간을 설치했는가를 묻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누가 이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소규모 건축 현장의 안전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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