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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적자의 늪
  2026-04-13 09:32:20 입력

최근 국내 손해보험업계가 직면한 경영 위기의 중심에는 ‘자동차보험의 만성적 적자’라는 고질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에 보험료는 4년 연속 인하된 반면, 자연재해와 정비비 상승, 그리고 무엇보다 경미한 사고에도 수개월간 고액 치료를 고집하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의 급증이 보험 재정의 근간을 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의 경영 건전성을 나타내는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은 100.1%를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는 103%를 상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합산비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약 1,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만 5,4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가 예견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적자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점은 바로 ‘경상 환자의 한방 과잉 진료’입니다. 대형 손보 4사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주를 초과해 장기 치료를 받은 경상 환자의 87%가 한방 환자였습니다. 

한방 경상 환자의 평균 치료 일수는 양방의 2배를 상회하며, 1인당 총 치료비는 약 107만원으로 양방(32만원)의 3.3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약침과 추나 등 비급여 항목의 무분별한 팽창과 조직적인 허위 진료 의혹까지 더해지며 한방 병의원이 보험금 누수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8주 룰’은 바로 이 지점에 제동을 걸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입니다. 상해 급수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 환자가 8주 이상 진료를 받을 경우, 보험사의 객관적인 검토와 승인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5년간 경상 환자 치료비가 40%나 급증하며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물론 환자의 진료권과 피해자 권익 침해를 우려하는 소비자단체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하지만, 선량한 대다수 가입자가 일부의 과잉 진료로 인한 비용을 분담하는 현재의 구조는 결코 정의롭지 못합니다. 환자의 권리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그것이 ‘무제한적 보험금 수취’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자동차보험 체계를 위해 의료 자원의 합리적 재배분이 필요합니다. 경증 환자에게 과도하게 쏠린 재원을 중증 외상 환자나 응급 수술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 분야의 수가 가산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합니다. 또한, 과학적이고 투명한 심사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한방 진료의 특수성을 인정하되,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심사 시스템을 도입하여 ‘치외법권’ 지대를 없애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과 표준화된 진료 가이드라인 수립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어느 유명 연예인이 방송에 나와서 말한, “교통사고는 무조건 한방 병원 가서 입원해야 한다”는 식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공익적 캠페인이 필요하고, 근거 중심의 과학적 치료가 우선시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동차보험은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공적 성격의 안전망입니다. 특정 분야의 과도한 누수로 인해 이 안전망이 붕괴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전체의 몫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한방 의료계의 뼈를 깎는 자정 노력과 정부의 강력한 제도 개선 의지가 맞물려 자동차보험이 본연의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기를 기대합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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