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이 궁중에 산처럼 쌓였고, 관직의 고하에 따라 가격이 매겨졌다.”
구한말 민씨 정권의 매관매직을 두고 통탄한 민심이 남긴 기록이다. 당시 민비와 그 측근들은 국고를 탕진한 뒤 이를 메우기 위해 국가의 공적 시스템을 시장 바닥의 물건처럼 팔아치웠다.
백성을 수탈한 범죄자, 지위를 악용해 여인네를 농락한 파렴치범,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던 건달이라도 돈만 싸 들고 오면 관직을 팔았다. 짧은 임기로 순환 매매와 승진 매매도 잊지 않았다. 국가의 기틀을 무너뜨리고 국권 상실의 내부적 원인을 제공한 이 ‘적폐’의 역사가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 ‘공천 비리’라는 이름으로 재현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려오는 공천 관련 잡음은 구한말 매관매직과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아있다. 특정 후보가 공천을 대가로 거액의 헌금을 상납했다거나, 자질이 미달하는 파렴치범이 위원장의 측근 또는 동향이라는 이유로 공천을 받는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도덕적 흠결이 명백하고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인물들이 버젓이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현실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매관매직의 검은 돈으로 관직을 산 자는 부임하자마자 본전을 뽑기 위해 백성의 고혈을 쥐어짜기 마련이다. 공천권을 돈으로 산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각종 인허가 비리와 이권 개입, 행정 시스템의 붕괴는 예견된 수순이다.
민씨 일당의 탐욕이 조선의 멸망을 앞당겼듯 현대판 매관매직인 공천 비리는 지방자치의 뿌리를 썩게 하고 민주주의를 고사시킨다.
정당은 공당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공천은 사적인 전리품이 아니라 국민이 위임한 엄중한 권한이다. 범죄 이력이나 도덕적 결함이 있는 인물을 걸러내지 못한다면 그 정당은 민씨 정권과 다를 바 없는 부패 집단이다.
유권자 역시 서슬 퍼런 눈으로 감시해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망국으로 가는 길까지 반복할 수는 없다. 140년 전 민중들이 매관매직에 신음하며 내뱉었던 통탄의 목소리를 현 정치권은 무겁게 경청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