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내란몰이의 주범’이었던 사림은 ‘이조전랑 장악전’에서 결국 자멸했다. 도의정치는 대국민 사기 프레임이었고 국가를 훔친 도적에 불과했다. 권력 찬탈의 공범이었던 동인과 서인은 인사권을 쥔 이조전랑을 놓고 죽기살기식 사투를 벌였다.
이조전랑은 중하급 관리의 임명권과 후임자 추천권을 독점하며 당쟁의 불씨가 됐다. 정파의 비대화와 폐쇄성이 결합할 때 조직이 어떻게 병드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6.3지방선거 공천심사가 한창이다. 현 정치권의 모습에서 현대판 이조전랑의 망령을 직관한다. 바로 지역과 중앙의 당 지도부가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공천권이다.
지방자치는 중앙집권의 권한을 분산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현실 속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지역 시민의 눈치를 보기보다 공천권을 쥔 자들의 입술을 먼저 바라본다. 시민에게 굽혀야 할 고개와 허리는 공천권자에게 ‘자동 다운’이다.
결국 지역의 현안을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량보다 공천권자의 ‘호위무사’ 노릇을 얼마나 충실히 했느냐가 공천의 잣대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명백한 주객전도이며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다.
이조전랑의 적폐가 사림의 분열과 당쟁을 가속화했듯, 불투명한 공천권 남용은 지역사회의 갈등을 고착화한다. 줄 세우기와 편 가르기식 공천은 유능한 신인들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오직 권력에 기생하는 정치인들만 양산한다.
공천 과정에서 ‘시스템’이 무너지고 ‘이조전랑의 의지’만 남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검증되지 않은 후보가 당선돼 행정 공백을 초래하거나 비리에 연루되는 사태는 결국 공천권 남용이 낳은 인재(人災)다.
이제는 ‘현대판 이조전랑’의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지역 당원과 주민의 의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상향식 공천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정당의 사유화를 막고 공천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만이 지방선거를 ‘권력의 하녀’가 아닌 민주주의의 꽃으로 피워낼 수 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