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권력의 균열은 늘 말단에서 시작됐고, 그 신호를 가장 먼저 알아챈 건 시민의 일상이었다. 생활의제를 외면하고 민생을 구호로 전락시킨 정치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키웠다.
정치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노후 경로당의 냉방, 공공임대 엘리베이터 고장,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한 가정의 절박함이 곧 정치다. 말로만 주민을 대변하면서 정파적 이해에 매몰된 사람, 선거철에만 얼굴을 내미는 사람에게 지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불신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인 시장은 단순한 행정의 수장이 아니다.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민생의 파수꾼이자 지역 민주주의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자리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어떤 시장이 필요한가’는 더 이상 추상적 질문이 아니다. 의정부 같은 도시의 미래는 행정 책임자의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 시장 후보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중앙정부와 상급기관을 상대로 한 협상력과 예산 확보 능력이다. 반환공여지 개발, 법조타운 조성, 도시철도 8호선 연장 같은 대형 과제는 중앙정부 예산과 정책 지원 없이는 성립하기 어렵다.
둘째, 대규모 개발사업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능력이다. 향후 10년간 동시다발로 추진될 수 있는 개발 의제는 서로 충돌하기 쉽고, 조금만 엇나가도 시민의 불편과 지역경제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단순히 ‘유치’하는 시장이 아니라 여러 사업을 조율하면서 시민 편의와 경제 활성화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관리자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셋째, 생활의제를 정치의제로 전환하는 현장 감각이다. 개발을 성공시켜도 시민의 일상적 고통이 방치된다면 그 도시는 성장했다고 말할 수 없다. 취약계층, 청년, 소상공인, 돌봄 노동자, 장애인, 어르신의 목소리를 실제로 듣고 그 요구를 예산과 제도로 바꾸는 힘이 시장의 본령이다.
2026년 지방선거가 단순한 권력 재편의 장으로 끝나선 안 된다. 생활의제를 끌어안고 민생을 최우선으로 두는 지방정치가 다시 민주주의의 심장으로 뛰어야 한다. 그 시작점에 지방의회가 있고, 그 동력에 시장의 책임 행정이 있다. 지방정치가 끝까지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