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시골 학교는 옥상 방수라는 개념이 없어서 비가 새면 교실 벽이 축축하게 젖곤 했다. 곰팡이는 덤으로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제2의 집’이다. 우리 교육 현장의 모습은 화려한 미래 교육의 구호와는 사뭇 다르다. 비가 오면 옥상에서 물이 새고, 교실 벽면의 페인트가 부식돼 떨어지는 ‘노후화의 역설’이 아이들의 학습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주 관내 학교도 누수의 일상화로 불만이 폭발해 긴급공사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옥상 방수다. 옥상 방수는 단순히 건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유지·보수의 차원이 아니다. 방수층이 깨져 발생한 누수는 천장 마감재를 부식시키고, 이는 곧 교실 내 곰팡이 번식과 실내 공기 질 저하로 이어진다.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학생들에게 눅눅한 교실은 그 자체로 지옥이다. 더욱이 누수는 전기 설비의 합선을 유발해 대형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옥상 방수공사가 ‘예산이 남으면 하는 사업’이 아니라 ‘최우선 안전 사업’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교실 노후화 역시 심각한 대목이다. 낡은 창호 사이로 스며드는 외풍, 삐걱거리는 바닥, 어두침침한 조명은 학생들의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인공지능과 태블릿PC를 활용한 스마트 교육을 외치면서도 정작 아이들이 앉아 있는 공간은 수십년 전의 낡은 틀에 갇혀 있다. 공간이 사고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노후화된 교실이 아이들의 창의적인 사고마저 낡은 관습 속에 가둘까 우려된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필요하다. 첫째, 사후약방문식 처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이 샐 때 임시방편으로 때우는 식이 아니라 정기적인 정밀진단을 통해 노후화의 징후를 미리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
둘째, ‘교육 환경은 곧 교육 복지’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화려한 페인트칠 외관이나 단기 성과가 보이는 사업에 예산을 쏟기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방수 공사와 교실 환경 개선에 교육 행정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아이들은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학습할 권리가 있다. 비가 올 때마다 천장을 걱정하고, 낡은 시설 때문에 불편을 겪는 교실에서 미래의 인재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옥상을 고치고 교실을 새로 단장하는 일은 단순히 건물을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단단하게 다지는 기초 공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