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기준은 언제나 같아야 한다. 고무줄처럼 상황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한다면, 거기에는 신뢰도 법치도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법치가 아니라 인치(人治)이며, 힘 있는 자만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질서일 뿐이다.
최근 검찰의 항소 판단을 둘러싼 일련의 장면들이 많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 이어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사건’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했다. 문재인 정부 인사수석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내정 의혹 사건’ 역시 1심 무죄 이후 항소하지 않았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 과정에서는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검찰에 세 차례나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적잖은 파장을 낳았다. 정성호 장관은 ‘YTN 민영화 승인 취소’ 판결에 대해서는 아예 항소 포기를 지휘하기도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검찰은 강수현 양주시장의 1심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했다.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혐의로 기소된 강 시장에게 법원이 벌금 90만원을 선고하자, 검찰은 선고 직후도 아닌 엿새가 지난 1월20일 ‘고심 끝(?)’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의문은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양주가 지역구인 정 장관과 강 시장은 수십년 동안 여러 방식으로 밀접한 관계를 이어온 사이다. 2022년 6.1지방선거 당시 강 시장이 정 장관에게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타진했다는 이야기가 지역 정가에 나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 공천이 어려워지자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선된 강 시장은 이후 민주당 측의 세 차례에 걸친 선거법 위반 고발로 기소돼 벌금 80만원 2회, 벌금 90만원 1회를 선고받았다.
주목할 점은 검찰의 선택적 항소다. 검찰은 벌금 150만원을 구형했으나 80만원이 선고된 ‘마이크 이용 출마선언 사건’,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으나 역시 80만원이 선고된 ‘100달러 사건’은 항소하지 않았다. 반면, 벌금 200만원을 구형해 90만원이 선고된 ‘경기도 공무원 간담회 사건’에 대해서만, 그것도 6.3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항소했다.
이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구형과 선고의 차이인가, 사안의 중대성인가, 아니면 정치적 파장과 시점인가. 검찰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는 한 의문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검찰의 항소는 재량이지만 그 재량은 언제나 명확한 원칙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권력의 무게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검찰의 판단은 공정이 아니라 계산으로 읽힌다.
항소 여부를 둘러싸고 세간의 시선이 집중된 정성호 장관의 입장 또한 궁금하다. 법무행정의 책임자이자 양주를 지역구로 둔 정치인으로서 이 논란에 대해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갖고 있는지 양주시민들은 듣고 싶어 한다. 법치는 설명되지 않으면 신뢰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