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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합니다 님은 갔습니다
[특별기고]아아 바보 노무현~/김경호 경기도의원
  2009-06-02 09:51:31 입력

▲ 김경호 경기도의원
님은 갔습니다. 아아 바보 노무현은 갔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철모르는 우릴 남겨두고, 사랑하는 우리 님은 그렇게 갔습니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나에겐 고집 센 원칙론자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문희상 의원의 참여정부 초대 비서실장의 취임으로 초록은 언제나 동색일 것만 같았고,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전성시대가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6월 경기도의원 선거에서 나는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나름대로 12년간 시의원 활동을 하면서 열심히 지역을 위해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다 노무현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경기도의원 선출직 108명은 물론이고 서울과 인천 모두가 한나라당 소속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 노무현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어찌하려야 어찌해 볼 수도 없는 48:0의 성적표였습니다. 국민들은 노무현의 “노”자만 들어도 짜증을 부렸습니다. 나 또한 권위주위 타파니 지역주위 타파니 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그만 좀 하라”고 했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선거 사상 최고 표차인 500만표 이상의 차이로 이명박 후보에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웠고 원망스러웠습니다. 노무현과 함께 해서는 어떤 선거에서도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아 멀어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셨습니다.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눈물도 없는 공허함만이 내 마음 속에 휘돌고 있었습니다.
부끄러움이 엄습하니 눈물이 나기 시작합니다.
비겁한 내 자신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7일간의 상주(喪主)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나 같은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정치 속물들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죽었다고.

정치적 소신과 정치적 이상향보다는 인기와 당선만을 위해 많은 정치인이 그와의 끈을 놓았기 때문에 그는 홀로 광야에 버려지게 되었고, 피맛을 본 하이에나들은 결국 그를 물어뜯어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아!
나도 모르게 고개가 떨어집니다.

속죄합니다. 모두가 내 탓입니다.
편한 길을 찾아 타협해 버린 내가 잘못했습니다.
낙선이 두려워 지역주의에 기대어 표를 애걸했던 내가 잘못했습니다.
틀리지 않았음에도 외면하는 세상이 무서워 당신에게서 슬쩍 돌아앉았던 내가 비겁했습니다.

그래서 정의가, 상식이, 민주주의가 뒷걸음치는 현실 속에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횡포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대통령은 권력의 정점이 아니라며 ‘사람사는 세상’을 이루게 할, 더 큰 권력을 꿈꾸었던 것, 그것이 당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죄목 아니었습니까?

죄송합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제야 이렇게 가슴을 치며 당신을 차마 보내지 못해 이제 혼자 눈물로 다시 초혼을 합니다.
죽어서야 빛나는 별,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2009-06-10 17:14:50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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