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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목사
  2008-08-28 11:53:08 입력

먼저께 신문을 읽고 김가다는 종일토록 마음이 영 편치가 못했다. 소위 내로라하는 시민운동가이자 인권목사로 널리 알려진 다비다 공동체의 전 아무개 목사가 그 교회에서 봉사활동 중인 여대생과 보호중인 가출청소년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전격 구속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다비다 공동체는 동두천시 보산동에 있는 기지촌 여성들과 성매매 피해여성, 마약중독자나 가출청소년, 동성애자 등을 기독교 정신에 따라 사랑으로 선교하고 치유하여 새로운 삶을 살도록 재활시킨다는 목적으로 전목사가 설립한 개인시설이라 했다. 언젠가 그 목사가 기독교방송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했을 때 전목사의 의로운 행위를 보고 김가다의 아내가 많이 감동했었다.

“은성아빠, 나 다비다 공동체에 한달에 한 오만원씩이라도 후원할까봐.”

그렇게 말했을 때 김가다도 흔쾌히 동감했었다.

“그래, 훌륭한 목사님이구먼. 틀거지도 좋구 말이지. 이 시대엔 저런 목사님이 너무도 필요한데 말이지.”

말은 그렇게 해놓고 갑자기 가정에 불어닥친 어려움 때문에 후원금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후원금 안보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짜 짝퉁 물건들만 있는줄 알았더니 목사도 짝퉁 목사가 그냥 새까맣게 깔렸구만.”

전목사가 저지른 인면수심의 작태는 말로 다 표현하기 입이 부끄러울만큼 추악했다. 성추행은 물론 사기, 폭력에다 임신한 청소년을 강제로 낙태수술을 시켰고 각계 각처에서 보내준 후원금을 미군부대 영내에 있는 파친코 게임에 탕진해 버렸다고 한다. 게다가 에이즈환자 치료기금 릭 워렌 목사 후원금 오천만원까지도 꿀꺽 해버렸다니 참 눈알이 십리나 튀어나올 일이다. 김가다는 여지껏 살아오면서 훌륭한 목사님들도 많이 보아왔지만 순진한 성도들을 농락해서 실족케한 짝퉁 목사도 수없이 많이 보아왔다.

“그걸 뭐 어떻게 일일이 다 표현하겠어. 하지만 사람이 다른 사람을 함부로 비판한다는 것도 잘하는 짓은 아니지. 지금이야 그 목사가 악랄한 짝퉁 목사이지만 혹시 알아? 빵에 들어가서 진짜로 회개하고 진짜진짜 목사가 되어 나올지….”

문득 김가다는 꽤 여럿 되는 친구 목사 중 하나가 뇌리에 훅 떠올랐다. 그는 대학교 때 김가다와 단짝이었는데 하여튼 죄라는 죄는 깡그리 섭렵하다시피 했다. 캠퍼스 안에서는 박 아무개 김 아무개라면 교수들조차도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 정도였다. 김가다도 그 친구도 사람구실 하기엔 애시당초부터 글러먹게 태어났다고 모두들 혀를 차며 손가락질 했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언젠가 술 마실 돈이 떨어지자 그는 이천에 있는 집으로 밤차를 타고 달려가서 잠들어 계시는 어머니의 손가락에 낀 금반지를 손가락이 부러지건 말건 마구잡이로 빼어다 팔아서 술을 마실 정도로 어버리컸다. 훗날 김가다가 제도권 속으로 모처럼 나들이 나갔을 때 김가다는 어느 동창생으로부터 그 친구의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라고? 박○○가 목사가 되었다고? 그, 그게 참말이야?”

“그럼, 사람이 달라져도 그렇게 달라질 수가 있는건지 모르겠어. 달라져도 아주 360°로.”

“하아니, 어떻게 그 자식이 목사가 될 수 있단 말이냐?”

“글쎄 어쨌거나 사실이라니깐. 걘 대학을 졸업하구나서 몇 년 소식이 뚝 끊어졌는데 우연히 길에서 만났는데 무슨 신학대학교를 졸업하구 나서 연세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그리고 뭐 몇 년 정동교회에서 봉사하다가 목사가 되었대.”

“......!!!”

그리고 한달 쯤 후에 김가다가 그 목사 친구를 만났을 때 얼마나 감회가 깊었는지 몰랐다.

그 후부터 가끔 만나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지난 날을 회고하며 너털웃음을 웃곤 했는데 어느날 그 친구 목사의 간증 한토막을 듣고 김가다가 참 많이 감동했었다.

“가락동 시장에서 수십년 동안 채소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 한분이 내가 개척한 교회를 나오기 시작했어. 그 아주머니는 평생에 교회는 처음 나와본다고 했는데 영감님은 젊어서 잃고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결혼시켜서 신혼 살림을 따로 내 주었다는거야.”

“채소 장사를 해서 돈을 꽤 모은 모양이지?”

“워낙에 자분자분하고 굳은 성격이라 먹고 싶은 것 참고 입고 싶은 것 참고 불피풍우로 모은 재산이 꽤 되는 모양이었어. 그런데 우리 교회에 나온지 3년쯤 되던 어느 날, 그 집사님이 어느 날 내게 돈을 5천만원 갖고 와서 교회 짓는데 보태 쓰라는 거야. 내가 그만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지. 그런데 난 그 집사님에게서 그 돈을 선뜻 받을 수가 없었어. 평생 고생고생해서 모은 돈을 그렇게 선뜻 받기가 도저히 미안해서 말이지.”

“요즘 짝퉁 목사들, 성도들이 뭘 주면 덥석덥석 잘도 받아먹지. 그래서 얘길해봐 어서.”

“내가 그랬지. 집사님, 이 돈은 그냥 집사님이 갖고 계시다가 꼭 필요한 일이 생길 때 쓰세요. 이렇게 힘들게 번 돈을 받기가 너무도 안쓰럽습니다. 그랬더니 그 집사님이 그 돈을 반강제로 내게 안겨주고 사무실을 나갔지. 난 그 돈을 교회를 새로 짓는데에 참 요긴하게 썼는데 그 집사님에겐 소원이 한가지 있었어.”

“무엇이었는데?”

“자기 아들을 꼭 교회에 나오도록 도와 달라는거야. 내가 그 아들을 위해 새벽마다 빠짐없이 기도했고 또 열심히 찾아가서 권면하고 달래기도 하고 통사정도 한 덕분에 결국엔 그 아들이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는데 아뿔싸! 비극이 벌어진 것은 다음해 여름이었어. 그 아들이 업무차 부산에 다녀오다가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죽고 말았어. 그 집사님의 고통을 어찌 말로 표현하겠어. 그런데 더욱 그 집사님을 고통스럽게 한 것은 손주도 못 낳아준 며느리가 바람이 났는데 하필이면 어떤 노구쟁이 노파가 소개한 못된 사기꾼한테 걸렸지 뭔가.”

“저런!”

“그런 어느 날, 남자에게 눈이 빨갛게 뒤집힌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억패듯 하다가 여의치 않으니까 집에다 불을 질러버렸어. 시어머니가 죽고 나면 그 재산이 모두 자기 것이 될테니까 그랬던거지. 그런데 시어머니가 죽지는 않고 온몸에 화상을 심하게 입었고 그 집사님은 며느리가 한 행동에 충격을 받고 오산리 금식기도원으로 들어갔어.”

“왜 금식기도원엘 갔을까?”

“그 모든 것이 돈을 사랑하고 아낀 자기 죄 때문에 생긴 일이라면서 오히려 탄원서를 수없이 넣어 끝내 감옥에 있는 며느리를 끌어내었지.”

“야! 대단한 분이시구만. 그런데 그 뒤 어찌됐어?”

“그 집사님은 기도굴에서 금식기도 하다가 홀연히 소천하시고 말았어.”

“그럼 며느리는 어찌됐어?”

“시어머님이 죽고나자 며느리는 우리 교회에서 파송하는 선교사님을 따라 아프리카 오지로 날아갔지. 그리고 죽을 힘을 다해 굶어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다가 그만 말라리아에 걸려 죽고 말았어. 장례식이 끝나고 선교사님이 내게 말해주기를 그 며느리가 죽을 때 손에 꼭 쥐고 있는 쪽지를 발견했는데 귀퉁이가 다 닳아 낡아빠진 쪽지에 기도문이 한줄 쓰여 있더라는거야.”

“뭐라고 말인가?”

“하나님, 제가 천국에 가면 꼭 시어머님과 함께 살게 해주세요 그렇게 말이지.”

“...”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그 친구 목사는 성도들에게 많은 신뢰와 존경을 받으면서 훌륭하게 목회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두 손가락질하고 흉보던 친구 하나는 훌륭한 목사가 되어 있고 또 한 사람은 10권짜리 기독대하장편소설을 탈고했다.

“지금 그 누가 악의 대명사처럼 군다고 해도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절망의 낙인을 찍으면 안되지. 사람의 앞날을 알고 계시는 분은 오직 창조주 한분 뿐이니까. 그나저나 짝퉁 신학교, 짝퉁 목사, 짝퉁 장로들이 더 이상 세상에 나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끝>

  소설집 <여보, 나 여기 있어>,
  <트럼펫> 등 출간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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