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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가 골목성명 하던 날
  2007-04-20 10:28:48 입력

 김가다는 생선구이가 먹고 싶으면 곧잘 들렀던 동대문 먹자골목 단골집 한쪽 구석에 앉아 주간지를 펼쳐 들었다. 표지에는 주먹만한 활자로 유명 탤런트 아무개라는 여자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며느리가 된다고 찍혀 있었다. 김가다는 암담한 표정으로 활자에 눈길을 떨어뜨리고는 언젠가 바로 이 식당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기억해 내고는 입가에 흐르는 고소를 금치 못했다. 그때는 흰 눈이 먹자골목 안에 펑펑 쏟아지던 겨울이었는데 그때도 김가다는 가장 허름해 보이는 이 음식점 문을 어깨로 밀치고 들어섰다. 점심시간은 아직 아니었지만 아침을 거르고 나선 탓에 배가 고팠다. 김가다는 배고팠던 대학시절에도 가장 즐겨 사 먹었던 꽁치백반을 주문했다.

“꽁치 백반 하나주세요.”

그렇게 식사를 주문해놓고 난 조금 후에, TV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로보캅처럼 목을 빳빳하게 세운 채로 측근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얼핏 마피아 영화의 대부쯤 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이른바 그의 집 앞 연희동 골목에서의 그 역사적인 골목성명을 하려는 찰나였다.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TV에 쏠렸다. 바로 그 때였다. 쭈꾸미를 안주해서 소주를 마시고 있던 사나이가 질겅질겅 씹어뱉듯 말했다.

“저 대가리 좀 보소 지기미! 이 쭈꾸미하고 영 사촌지간이네.”

김가다가 깜짝 놀라 그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는 대낮부터 술에 절어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얼굴의 절반은 검은 수염으로 밀림처럼 새까맣게 뒤덮여 있었고, 이마에서부터 찢어진 칼자국이 턱 밑까지 길다랗게 오솔길을 그어놓고 있었다. 덩치도 보통사람보다는 훨씬 크고 당당했다.

눈은 보기만해도 간이 콩알만해질 만큼 사나운 눈빛이었다. 들고 있는 술사발보다 주먹이 더 커 보였다. 그 때였다. 저쪽 구석에서 또 심상치 않아 뵈는 사나이의 입에서 음식점 안이 찌렁찌렁 울릴만큼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보소! 이 양반아, 저 사람이 그래도 왕년에는 이 나라 대통령 안했능교? 아무리 사람이 미워도 그렇제 우예 그래 말을 심하게 하능교? 대가리가 뭔교 대가리가!”

김가다의 시선이 또 잽싸게 그 사나이깨로 날아갔다. 그 사나이 역시 결코 어지간하게 생긴 게 아니었다. 얼굴형이 완전히 네모꼴로 각이 져 있는데다 거무끄름한 그 사나이 이마에도 마치 포청천처럼 반달 같은 상처가 깊이 패어져 있었다. 아마도 깨진 술병에 찍힌 자욱 같아 보였다. 게다가 머리는 전두환 대부 뺨치도록 철저하게 반들반들한 대머리였다. 몸집 또한 털복숭이 사나이 못지않게 크고 당당했다. 그의 탁자 위에는 이미 빈소주병 너댓개가 어지럽게 도열해 있었다.

순간 털복숭이 사나이의 눈꼬리가 위로 쫙 찢어져 올라갔다.

“뭐셔? 왕년에 대통령이라고? 야. 이 시끼야! 죄없는 백성덜 총칼로 막 찌르고 쏴 죽이는 게 대통령이여? 저 인간이 대통령 두 번 해 먹었다간 아예 백성들 씨가 마르것네?”

“그기 어데 대통령이 직접 한 짓인강? 밑에 놈들이 대통령헌테 뭐 큰 것 한자리 얻어챙길라꼬 과잉충성 하다보이께 그래 된기제. 대통령은 5.18 광주사태하고는 전혀 상관없다고!”

“뭐셔? 밑엣 놈들이 과잉충성을 하다 그래 되부럿다 이말시? 대통령의 허락도 읍씨 저들 맘대로 사람을 파리죽이듯 했다 이 말이여? 그걸 아가리라고 놀리능겨 시방?”

“하모! 그타마다?”

“경상도 시끼들이 죄다 저 지랄떨다 나라 쪽빡차게 하능겨! 대가리좀 봐. 저 한가운데 일자 도라이버로 콱 찍어불면 영락없이 내 거시기 꼭이네!”

“보소보소 말이면 단주아요? 경상도 시끼라니! 그라고 머가우째? 내 대가리에 일자 도라이버로 콱 찍으면 머 니 거시기 꼭이라꼬? 내 고마 참제 참아, 보소. 당신도 저 양반 대통령할 땐 어데가서 짹소리 한번 몬해봤제? 사람이 그라모 못씨능기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제 전직 대통령아이라 그라고 대통령을 하다보모 우쨀도리 없이 희생도 감수해야 하는기제.”

기어코 털복숭이 사나이가 누루락 붉그락 하더니 그예 분통을 와락 터뜨리고 말았다.
“저 잡눔 보소, 저눔이 전씨한테 뭘 얻어쳐먹은 눔아녀? 저눔이!”
이번엔 대머리 사나이의 눈꼬리가 바짝 치켜 올라갔다.

“뭐? 잡놈? 내보고 잡놈이라 켓나? 잡놈이라카모 내가 족보도 없는 잡종이라 이 말이가?”
“그래 귀때기가 쳐 먹었냐? 잡눔이라고 했다. 이 알대가리눔아!”

“이 쳐죽일 새끼보래? 니 오늘 대갈통을 밑구멍으로 콱 잡아빼뿐다?”
“뭐셔? 대갈통을 밑구멍으루 잡아뺀다고? 내가 밀가루 반죽이여? 워디 힘 좋으믄 한번 빼봐라 이 보리문둥이 잡눔아!”
“또 잡눔? 니 오늘 내한테 송장되는줄 알아라, 에라잇 썅!”
대머리가 탁자를 와르르 무너뜨리며 털복숭이에게 탱크처럼 달려들었다.

홀 안은 우당탕쿵탕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주인여자가 바락 악을 썼다.
“아, 싸울려면 나가서 싸웠! 남 장사도 못하게 이게 뭐얏!”

그렇게 입에 거품을 물고 악을 쓰는 아줌마의 서슬에 두 사나이는 한데 엉켜붙은 채로 문짝을 박차고 나가 눈이 펑펑 쏟아지는 골목에서 뒤엉킨채로 서로 치고 박으며 야단법석이었다. 사람들이 금세 까맣게 몰려들었다. 한 10분 쯤 지났을까.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관들이 이 두 사람을 욱질러 잡고는 골목 밖으로 사라졌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뿔뿔히 흩어지기 시작했었다.

김가다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입가에 피식 웃음을 날렸다. 그나저나 전씨 집 며느리가 될것이라는 그 탤런트는 참 대단한 여자라고 김가다는 생각했다. 돈이면 만사해결이라는 물질만능 시대에 어찌 저런 열녀가 있나 싶었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고 건너지 못할 강이 없다고 하지만 참 대단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전 재산이 30만원도 안되는 가난한 전씨집에 며느리로 들어가서 어떻게 살아내려는고...”
김가다는 어쨌거나 전씨집안이 참 운이 좋은 집안이라고 생각했다. 그 치열했던 군정시절을 용케도 잘 이겨내고 버티어온 뚝심 하나만도 존경할 만했고 장세동 같은 고굉지신이 아직도 한둘이 아니라는 소문이었다. 며칠 전에는 또 열나라당 유명 국회의원이 그분을 찾아가 큰절을 올리며 충성심을 보였다는 기사를 읽고 또 한번 그 양반이 대단한 인물은 인물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명절 때나 선거 때만 다가오면 유명 대선주자들이 줄줄이 그 양반을 찾아가 깎듯이 예우를 갖추고 똥구녕이 하늘을 찌를 듯 너부죽이 엎드려 인사를 드린다고 하니 역시 영웅은 타고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하긴 뭐 전씨 전성시대만 해도 하찮은 시골구석의 이장이나 새마을지도자의 끝발이 워낙 좋아서 선거 때만 되면 뭐 말석이라도 한자리 얻어 챙길 게 없나 하고 그 사람들 뒤로 줄서기에 토끼눈처럼 눈이 빨게 뛰!어다니는 촌맹들이 많았었다. 허기사 지금도 호가호위에 영혼이 가뭄을 탄 딱한 사람들이 많긴 매한가지지만. 그나저나 김가다는 아무래도 그 박 아무개라는 탤런트가 안되어보여 마음이 몹시 아팠다.

“아니 돈 없으면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라는 괴물 같은 세상에 그래 전재산 톡톡 털어봐야 30만원도 안된다는 그 전씨집에 시집가서 그 가난을 어찌 견디려구 쯔쯔쯔...”

그때 TV에서 아나운서가 우울한 소식 한토막을 또 전해주었다. 앞으로 몇십년 뒤면 지구에 생존하고 있는 동식물의 절반은 멸종될 것이라는, 어쨌거나 돈에 눈이 멀어 인간이기를 포기한 철면피들이 구더기처럼 바글바글한 세상에 그 여자 탤런트의 고난의 벽을 마다 않는 순수한 사랑이 아침이슬처럼 신선한 충격으로 김가다의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세상에...전 재산이 30만원도 안되는 집구석에 시집을 가다니...애고, 아무리 사랑을 먹고 산다고는 하지만 고생문만큼은 열린 대문짝만큼이나 훤하고나.”
<끝>

2007-04-20 10:28:48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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