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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레타리아트
  2007-03-30 10:20:33 입력

김가다는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 행태가 한마디로 점입가경이라고 혀를 찼다. 열린우리당이야 어차피 깨진 쪽박이니 그렇다고 치자. 한나라당 바끄네 일당과 맹박이네 일당간에 피튀는 후보검증 공방론을 들어보면 하품했던 입이 닫혀지지 않을 정도이다.

바끄네는 다 쓰러져가는 한나라당 초가삼간을 간신히 일으켜 세웠다고 큰소리 치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살펴봐도 뭐하나 똑부러지게 국민 앞에 해놓은 일도 없는데 대체 그 일당들은 뭘 믿고 저렇게 큰 소리 땅땅 치면서 한국판 힐러리라는 둥 한국판 대처라는 둥 나발을 불고 다니는지 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 양심과 도덕의 잣대를 철칙인양 큰소리치던 맹박이네도 요즘은 해괴망측한 과거사가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더니 예와 아니오가 안개같은 소리만 횡설수설이다.
게다가 맹박이를 모시고 있던 옛 부하가 상사의 비리를 만천하에 폭!로하겠다며 올백으로 근사하게 머리를 빗어 넘기고 기자회견 한답시고 TV 앞에 나와 앉았는 작태도 차라리 참혹할만큼 꼴불견이다. 그 모습을 보고 얼핏 김가다는 가슴이 써늘해지는 느낌이었다.

“저런 놈을 믿고 뭘 맡겼다간 언젠가는 패가망신에다 오그랑 쪽박신세 되기 십상이겠구먼...”

와중에 잘 나가던 고 선생이 한숨 팍팍 내쉬며 중도하차했고 그래도 그중 좀 괜찮다고 후하게 점수를 매겨주었던 소나뀨 전 경기지사는 이제와서 이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를만큼 흐리멍텅해지는 느낌이다. 엊그제는 또 유시민 복지부장관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 확률이 99%라고 나발을 불어놔서 그렇잖아도 속에서 석탄백탄 타는 열린우리당 사람들의 울화를 발칵 뒤집어 놓더니 대통령은 며칠안으로 열린당을 탈당하겠다고 선포했다.

추적 60분에서는 악덕 사채업자들의 횡포로 삶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린 불쌍한 백성들이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쥐어뜯고 있었다.

“툭하면 반말에다 욕설이고 생매장 해버리겠다고 협박하구 무서워서 못살겠어요.”

“돈이 없어 자식들 대학꿈도 못꿔요. 먹고 살기 너무 힘들어 차라리 달리는 자동차에 대가리 칵 박고 죽어버렸음 좋겠어요.”

“뭘해도 되는 일이 없어요. 돈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만 날마다 살이 찌고 우리같이 헐벗고 굶주린 선민들은 설 곳이 없어요.”

“잘 살고 잘 먹게 해드리겠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정부가 되겠습니다!”

그게 다 호랑이 짝짓기 할 때 토해내는 벅벅 소리에 불과했다. 청년이 일하고 싶어도 일이 없어 하염없이 방황하는 나라. 술과 자살이 1위인 나라.

부패공화국 몇등 안에 드는 나라. 뼈빠지게 일해서 이만큼 살게 해줬더니 늙고 병들어도 아무도 돌아보아 주지 않는 나라.

혀가 빠지게 벌어 세금 냈더니 그냥 즈들 맘대로 북쪽에다 펑펑 퍼주느라 축배를 까는 정부. 장애인들의 원망에 찬 한숨소리가 하늘을 찌르다 못해 땅으로 잦아드는 나라.

불쌍한 백성들이 억장이 무너질 듯 억울한 일을 당해도 아무 것도 손 내밀어 해결해 줄 수 없는 무능한 정부. 돈이 많아도 돈을 돈답게 쓸줄 모르는 쫄부들이 지렁이처럼 우글거리는 나라.

역대 대통령들과 그 자녀들이 줄줄이 빵에 엮이어 들어가는 한심한 나라가 대한민국의 현 주소였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김가다는 오늘도 보따리를 들고 장똘뱅이 행!차에 나섰다.

“세상에 태어나서 대통령을 여덟 번이나 구경했지만 제대로 된 대통령 한번 못 만나보고 미랭시 되어가는 꼴이라니...슬프다...”

“뻑하면 무슨 사모 무슨 사모 등으로 호가호위에 혀를 빼물고 사는 딱하고 불쌍한 영혼들...”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사랑 받아야 하고 존경받아야 할 사람이 존경받아야지. 아무나 사랑하면 그게 다 사랑인가...아가페가 아닌 이상에야.”

언제나 느끼는 것이었지만 전철 속에는 항상 빛바랜 얼굴들이 많았다. 할 일이 없어 맹탕 전철만 타고 끝에서 끝까지 하루 종일 왔다갔다 하는 노인들.

직업이 없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와 절망의 눈길로 차창 밖에 눈길을 내어쫓고 있는, 꿈을 접어버린 젊은 군상들.

그래도 노인들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들어서면 여기저기서 자리를 비켜주는 젊은이들이 오히려 가슴뭉클할만큼 안쓰럽다고 김가다는 생각했다. 그때였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수다를 떨며 깔깔거리던 두 사람의 아줌마에게 어떤 신사가 넌지시 말을 걸어왔다.

“아주머니들, 얼굴도 참 예쁘지만 말씀하시는 모습이 참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은 선물 한 개 드리고 내리겠습니다. 상자 안에 전화번호가 있으니 필요하시면 전화주세요. 어떤 것이든 필요한 것이면 다 구해드릴게요.”

그리고 그 사나이는 예쁜 포장지로 싼 조그만 상자 하나를 아줌마 손에 쥐어주고 동대문에서 전철을 내렸다. 영문을 모르던 아줌마가 어리둥절해 하며 수군거렸다.

“얘, 이게 뭐지? 왜 우리한테 이걸 주고 내린거지?”

“글쎄다, 뭐 인심 좋은 신사가 내킨대로 아무에게나 주고 싶은 선물 준거겠지. 뜯어보자.”

“얘, 이거 혹시 폭탄 아닐까?”

“폭탄은 무슨 폭탄이 이렇게 가벼울 리가 없지. 어서 뜯어보라니깐!”

선물상자를 받은 아줌마가 천천히 포장지를 뜯다말고 찢어지듯 비명을 질렀다.

“어마낫! 이 이게 뭐얏!”

아줌마가 선물 상자를 전철 바닥에 냅다 팽개쳤다. 전철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물건을 본 전철 안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야릇해졌다.

그것은 김가다가 황학동 풍물시장에 들를 때마다 흔히 보아왔던 성인용품 중에 남자의 성기였다. 굵기가 어린아이 팔뚝만이나 했다. 여자들의 표정이 사뭇 얄궂어지는 것이 김가다는 내심 웃음을 참아내느라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무도 그 물건을 어떻게 처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여자들은 시침을 뚝 떼고 모른척 그 물건에서 눈길을 돌렸지만 아무래도 궁금해서 못 참겠는 듯 어떤 여자들은 그 물건을 흘끔흘끔 훔쳐보기도 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암담한 표정이었고 이상한 것은 그 물건 주위로 동그라게 공간이 비어있을만큼 사람들이 모두 기겁을 하고 그 물건을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

복잡한 전철 바닥 한가운데 그 물건 혼자서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외롭게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김가다가 전철 천정이 떠나가라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푸하하하핫!”

사람들이 그런 김가다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누군가가 또 키들키들 웃기 시작하더니 그도 또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후하하하핫!”

그러자 전철 안에 있는 남자들이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여자들도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지더니 그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호호호호...”

김가다가 종로 5가에서 부랴부랴 내렸다.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건 말건 김가다는 파안대소하며 광장시장을 들어섰다.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덩달아 웃으며 물었다.

“흐흐흐 뭐 좋은 일 있는가벼? 날아가는 새 뭘 봤어? 왜 그러셩?”

프로레타리아트는 그래서 좋다고 김가다는 생각했다. 웃고 싶을 때 아무데서나 배꼽잡고 웃어도 누가 뭐랄 사람 없고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대성통곡해도 누가 건드릴 사람도 없다.

자신에겐 적절치 못한 돈과 권력이 없는 것이 너무도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다. 장똘뱅이라도 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게 너무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푸핫핫핫핫...프롤레타리아트(무산계급, 서민계급)는 그래서 좋은거야. 크흐흐흐...”

<끝>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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