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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의 선택
  2025-10-13 17:07:25 입력

항상 땅속에서만 살아야 하는 처지에 불만이 많던 두더지가 아들만은 좋은 곳으로 장가보내고 싶어 색시를 찾아 나섰다. 땅속은 어둡고 습하기 때문에 하늘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이 들어 하늘을 찾아가 자기 아들과 결혼해 달라고 청을 하였다.

하늘은 자신이 모든 세상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해와 달이 아니면 그 덕을 드러낼 수 없으니 해와 달을 찾아가 보라고 하였다. 두더지가 해와 달을 찾아가 부탁하자 해와 달은 자기들이 세상을 비추고는 있으나 구름이 끼면 세상을 비칠 수 없으니 구름이 더 높다고 하였다.

구름을 찾아갔으나 구름은 자신이 바람에 따라 움직이고 흩어지니 바람만 못하다고 하였다. 두더지가 바람에게 아들과의 결혼을 부탁하자 바람은 자기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돌부처가 더 훌륭하니 그에게 가보라 했다.

두더지의 청을 들은 돌부처는 거센 바람은 두렵지 않지만 두더지가 발밑의 땅을 뚫으면 넘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두더지가 자신보다 훨씬 더 낫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두더지는 세상에는 두더지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 자기 아들을 다른 두더지와 결혼시켰다.

조선시대 홍만종 학자가 지은 ‘순오지’에 실린 이야기이다. 자기보다 훌륭하고 강한 것을 찾아 나섰던 두더지가 결국 자기도 못난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뭔가 뽐낼 것이 있다는 사람에게는 겸손을 가르치고, 남들보다 못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자존감과 위안을 주는 이야기이다.

세상은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해간다. 옛날 우리 어렸을 때 비해 밥 굶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나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하는 스마트폰이나 테블릿PC를 갖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할수록 정신건강은 더욱더 지키기 어려워진다.

17세기 영국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 정신과 환자가 대폭 늘었고 알콜중독 환자들이 급격히 많아져 사회 문제가 된 역사를 보더라도 이를 증명한다. IT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여 AI 시대가 된 지금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아침 새벽부터 밤늦게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 세상과 접속해 있는 우리는 과연 행복할까?

과거였다면 알지도 못했을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교류하고 우리가 전혀 알 수도 없을 엄청난 정보를 확인하며 흘려보낸다. 세상 사람 모두가 친구이고, 친구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블로그를 들여다보며 너무나 멋지고 훌륭해 감탄이 나온다. 

멋진 인테리어, 맛있는 음식, 멋진 해외여행, 부러운 취미생활, 삶이 부유하고 정신적 성장을 이루는 훌륭한 글을 읽다 보면 어찌 다 그렇게 다 잘살고 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는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최고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아 비교가 되고 우울해진다.

잠시 부러움이 있은 후엔 그만큼 내 삶이 위축되고 초라해져서 다른 이들의 SNS에 들어가기가 싫어지지만 자신만 고립된 세상에 있는 것 같아 다시 또 스마트폰에 빠져들어간다. 타인과 물리적 거리는 매우 가까워졌지만 마음의 거리는 더욱더 멀어진 세상에 살아가는 것이다.

친구로 생각해 다가갔다가 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힘들게 마음을 열었다가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댓글 한번 달았다가 심한 모욕을 당해 댓글 달기가 겁나기도 하고 같은 팀이라 생각했다가 치열한 경쟁자로 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누구한테도 함부로 속을 털어놓을 수도 없고 자기 속을 들어낼 때는 수도 없이 자기 검열을 하는 눈치 보기를 해야 한다. 

이 세상 누구도 나의 고민을 들어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함께 있으면서도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현대는 핵가족 시대라 형, 누나, 동생들 사이에서 훈련을 받거나 위로를 받거나 꾸지람을 들을 기회도 별로 없다. 형제자매가 있다 하더라도 그들도 자신의 삶에 집중하느라 관심을 갖는 것도 벅차다. 

그렇다고 한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 내 편이 되어주지도 않고, 함께 일하는 동료가 나의 응원군이 되어주지도 않는다. 우리는 외로이 떨어진 섬처럼 각자의 고민을 안고 외로워하며 사통팔달로 연결된 사회 속에서도 꽉 막힌 고립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 이런 환경은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끊임없이 비교하며 열등감이 조장되고 내 환경을 원망하며 내 성격이 이상한지 자꾸 점검하게 된다. 계속해서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고 고민을 하지만 그렇다고 깊이 생각하기는 싫고 떨어진 자존감은 방치되어 ‘될 대로 되라’ 하고 포기하기 쉽다. 

환경이 좋지 않을 때는 건강한 마음으로 무장한 자신이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하비콕스라는 신학자는 “웃음은 희망의 최후 무기이다”라고 하였다. 셀프로 자존감을 지켜야 하는 시대에는 웃음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웃는 한 튼튼한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고 건강한 자존감이야말로 요즘처럼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희망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두더지에게는 세상에서 두더지만한 것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처럼 이 세상에는 나 같은 괜찮은 존재는 없다고 결론 내리고 자존감을 갖고 이 엄청난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음미해 보자. ‘웃음은 희망의 최후 무기이다.’ 웃어서 자존감을 지켜나가자.

하하웃음행복센터 원장, 의정부제일간호학원 원장, 웃음치료 전문가(1급), <웃음에 희망을 걸다>, <웃음희망 행복나눔>, <15초 웃음의 기적>, <웃음은 인생을 춤추게 한다>, <일단 웃자> 저자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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