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세기 청은 역사에서 지우고 싶을 정도로 서구 열강과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한 때 세계 최고의 부국으로 군림하던 청이 무너진 계기는 도도하게 흘러가는 근대화의 흐름을 거역하고 중화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눈도 멀고, 귀도 먼 자만에 빠진 탓이다.
청은 아편전쟁으로 서구 열강의 무력에 굴복했으면서도 중화주의를 버리지 못했다. 자신들의 정신은 옳고, 서구의 과학기술문명만 따라 잡으면 된다는 오만한 자세를 그대로 유지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이 문명개화론으로 무장해 급속한 서구화를 추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책봉-조공 질서를 고수하고자 했다.
조선도 마찬가지였다. 근대화에 나선 일본을 왜국으로 천시하며 소중화주의에 빠져 무슨 일이 발생해도 청이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무사안일주의를 고수했고, 시아버지 흥선대원군과 며느리 민비는 권력투쟁에만 몰두했다. 희대의 무능 군주 고종은 부친과 아내의 볼썽사나운 집안싸움도 통제하지 못하니 국가의 컨트롤타워는 무너졌고, 대신들은 부정부패의 단 맛에 빠져 민생고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수탈하는데만 전념했다. 조선은 나라가 나라가 아니었다.
청도 서태후라는 희대의 악녀가 폭정을 일삼으며 국정을 문란시켰다.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수많은 인명을 살상시키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근대화를 위한 양무운동도 서태후를 지지하는 보수파에 의해 실패했다. 그 처참한 결과가 청일 전쟁이다. 당시 청은 일본에 의해 랴오둥 반도와 타이완, 펑후열도를 빼앗기는 치욕을 당했고, 러시아에게 뤼순조차를 허용하는 굴욕을 면치 못했다.
자유한국당이 새보수당과 통합하면서 미래통합당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하지만 아직도 지분다툼으로 언제든지 내분이 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겪은 정당치고는 과거에 대한 반성도 없어 보이고 당명에 명시한 미래도 통합도 안 보인다는 점이다. 미래통합당의 주류인 자유한국당 계열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어부지리 총선 승리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총선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막연한 오만한 자세는 아편전쟁과 청일전쟁의 치욕을 무시하고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하던 청나라 지배층과 다를 바 없다. 요즘 시중에는 최악이 아니면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 떠돈다. 하지만 그 차악이 더불어민주당일지 모른다는 민심을 외면하면 사상 최악의 패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