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 사상가 한비는 자신의 저서 <한비자>를 통해 군주의 도리를 명확히 제시했다. <한비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한 최고의 명저로 손꼽힌다. 한비는 미래의 큰 위험을 예측하지 못하고 눈 앞의 작은 이익을 꾀하는 멍청한 군주의 불행을 세 마리의 이 이야기로 제시했다.
돼지의 몸에 세 마리의 이가 모여서 논쟁을 벌였다. 그때 다른 한 마리의 이가 나타나서 그 이유를 묻자 세 마리의 이가 “우리는 피를 많이 빨기 위해 돼지의 살찐 곳을 차지하려고 다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나중에 나타난 이가 충고했다. “너희들은 섣달 그믐이 다가오고 있음을 모르는가. 그때가 되면 제사를 지내기 위해 그 돼지를 불에 그슬릴 것이다. 그러면 너희들도 함께 태워질 것인데, 이러한 큰 일을 잊고 무슨 걱정들을 하고 있는 것인가.”
세 마리의 이는 이 말을 옳게 여기고 다투어 돼지의 몸을 물어뜯었다. 그 때문에 돼지는 점점 말라 제사를 지내기 전에 죽어버렸다.
한비는 회(蚘)라는 기생충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벌레 가운데 회라는 기생충이 있는데, 몸은 하나지만 입은 두 개여서 먹이를 다투다가 서로 물어뜯고 그 결과 스스로 몸을 죽이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하들이 서로 정권쟁탈을 하다가 끝내는 그 나라를 망치게 되니, 회라는 벌레의 소행과 다를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이와 회 같은 아귀다툼에 빠진 모양이다. 야당 시절부터 당을 지켜온 당협위원장들에게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도전은 청천벽력과 같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지역연고도 없고, 지역현안도 잘 알지 못하는 청와대 출신들이 전략공천이라는 미명으로 총선 후보자가 된다면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는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격언이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분열의 정치가 난무하고 있다. 현 여권은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경제 위기는 기정사실이고, 북한 핵 위협은 현존하고 있는 데다 최근 우한 폐렴으로 국민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다. 민주당은 대한민국이 침몰할 위기에도 총선 승리가 더 절박한 모양이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