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세 차례의 막부를 맞이했다. 막부 정치는 정치 실권을 가진 쇼군이 무력한 천황을 대신해 국정을 책임지는 정치 형태다. 쇼군은 천황으로부터 정치적 권위를 인정받고 무사계급을 주종 관계로 삼아 권력을 장악했다.
일본 역사상 첫 번째 막부는 12세기 말 성립한 가마쿠라 막부다. 미나모토노 요리토모는 치열한 권력투쟁을 거쳐 가마쿠라 막부를 세웠다. 쇼군의 권력 장악은 천황의 역할을 약화시켰다. 14세기가 되자 무사들이 타락하기 시작했다. 토지 분할 상속과 사치스러운 생활에 빠진 무사들이 빈곤에 빠지게 됐다. 특히 여몽연합군의 침략은 막부 재정에 큰 타격을 줬다.
은인자중하던 고다이고 천황이 막부가 혼란에 빠진 틈을 노리고 아시카가 다카우지와 연합해 가마쿠라 막부를 붕괴시켰다. 권력을 되찾은 천황은 친정체제를 구축하고자 했다. 하지만 한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는 없는 법. 다카우지는 고다이고 천황을 폐하고 고묘 천황을 전면에 내세워 북조를 수립했다. 일본 역사상 두 번째 막부인 무로마치 막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권력을 빼앗긴 고다이고 천황이 반격에 나섰다. 다카우지에 맞서 남조를 열어 이른바 일본의 ‘남북조 시대’가 펼쳐졌다. 60여년 가까운 대혼란기를 거친 남북조 시대는 아시카가 요시미쓰가 통일을 완수해 일본의 패권을 장악했다.
하지만 아직 일본의 혼란은 끝나지 않았다. 오닌의 난을 신호탄으로 100여년에 걸친 센고쿠 시대를 거친 다이묘들의 정쟁은 임진·정묘 전쟁과 세키가하라 전투를 기점으로 에도 막부가 개막됐다. 천황은 다시 상징적인 존재로 전락했고, 메이지 유신이 단행되기 전까지 쇼군의 눈치를 보고 사는 허약한 존재로 삶을 영위했다.
10월22일 나루히토 일본 천황이 즉위식을 가졌다. 메이지 유신에 잠깐 반짝했다가 입헌군주제가 확립되면서 상징적인 존재로 남았던 천황이 30여년 만에 즉위식을 열게 된 것이다. ‘21세기 쇼군’ 아베는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꿈꾸고 있다. 나루히토 신임 천황이 정치에 참여할 수 없지만 ‘막가파 쇼군’ 아베를 견제한다면 동북아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현 불가능한 기대감을 가져본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