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전쟁의 실패는 교황권 추락의 신호탄이 됐다. 14세기 프랑스 왕 필리프 4세는 교회와 성직자에 대한 과세를 적극 추진했다. 십자군 전쟁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지만 필리프 4세는 교황권 추락이 눈에 보였다.
필리프 4세는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와 과세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교황도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며 맞섰다. 하지만 민심은 필리프 4세의 손을 들어줬다. 필리프 4세는 삼부회를 소집해 교황을 압박했고, 마침내 교황청이 로마에서 아비뇽으로 이전했다. 이른바 ‘아비뇽 유수’ 사건이 터진 것이다.
권위가 무너진 교황은 후일 로마로 돌아갔지만 아비뇽에서도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며 로마 교황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떠올랐다. 교회의 대분열이 촉발했다.
민심은 교황청의 대분열을 바라보며 교회 개혁을 원했다. 영국의 위클리프와 보헤미아의 후스가 교회의 세속화를 비판하며 민심이 원하는 개혁을 추진했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분노했고, 콘스탄츠 공의회를 소집해 위클리프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후스를 화형에 처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대한민국의 개혁 과제 중 하나가 종교인 과세다. 최근 종교인 과세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이를 역행하는 모습이 보여 논란이 발생했다.
정성호 국회의원(양주)은 지난 2월1일 사실상 종교인에 대한 과세 특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 의원은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가 2018년 1월1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했으나, 종교인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 범위가 규정되지 않아 과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으나 일반 직장인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어 법안 처리가 보류됐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대표발의한 날로부터 2개월도 안된 3월29일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원안가결됐다는 점이다.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도대체 속사정을 모를 일이다. 중세 유럽에서 종교인 과세가 교회 개혁의 출발점이 된 교훈을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