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반정사(反正史)를 보면 유난히 여걸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태종 이방원이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켰을 때 원경왕후는 정도전 일파에 의해 죽음의 위기에 처한 이방원을 꾀를 내어 구출해 반정을 성공시켰다. 물론 훗날 태종의 배신으로 친정이 쑥대밭이 됐지만 원경왕후의 지원이 없었다면 태종은 왕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세조의 부인 정희왕후도 마찬가지다. 계유정란 당시 거사 계획이 누설돼 세조가 거병을 주저하자 정희왕후가 갑옷을 입혀 출전을 적극 권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세조도 용기 있는 부인 정희왕후가 없었다면 왕위는커녕 김종서 세력에 의해 멸문지화를 당했을지도 모른다.
또 정희왕후의 며느리 인수대비는 정치적 권모술수가 대단한 여인이었다. 희대의 전략가 한명회와 정치적 타협을 통해 자신의 둘째 아들인 자산군을 왕위에 앉혔다. 인수대비가 반정(反正)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자산군의 즉위는 당시 혼란한 정치상황을 볼 때 쿠데타 못지 않은 정치적 사건임에는 분명하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2016년 총선 패배 이후 재기 불가능의 늪에 빠졌다. 2000년대 이후 보수의 양대 기둥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어의 몸이 됐고, 한국당은 좌표를 잃은 난파선 신세가 됐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한국당의 남자들은 21대 총선 공천권을 쥘 내년 당 대표 경선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남자들은 최근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세를 지켜보면서 감히 차기 총선 승리를 예감(?)하고 있는 모양이다. 따라서 차기 총선 공천권은 대권 잠룡으로 승천할 최고의 무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한국당의 위기를 구출할 여자 영웅이 필요하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수 정당 여성 정치인의 입지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차기 공천권에만 관심 있는 남성 정치인에게 보수 재기와 부활이라는 시대적 요청의 갑옷을 입혀줄 여걸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당의 모습을 보면 한국당의 부활은 용기 있는 여성 정치인의 몫이라고 믿고 싶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