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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 곁에 없다고 너무 많이 울지는 마”
여기, 오래 보고 싶어서 숨을 멈추는 사람이 있다. 숨을 멈추고 가만히 그날들을 읽는 사람이 있다. 그 마음을 글로 어루만지고, 글로 다하지 못한 것들은 사진으로 쓴다. 그것으로도 모자란 줄 알면서, 그것으로 다 채우지 못하는 줄 알면서 울어야 할 밤들을 한 권에 담았다. 선우가 쓰고 도서출판 이다에서 펴낸 에세이집 <아주 잠깐 울고 나서>.
당신이라서 미처 하지 못한 말, 차마 묻지 못한 말
사랑은 흔하면서도 버겁다. 누구에게는 다를 바 없는 일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혼자 아파해야 하는 날들이다. 더러는 훌훌 털고 일어나는 이들도 있지만, 아린 가슴을 홀로 끌어안는 이름도 있다. 사랑이라는 말이 상투적이라는 이들은 알지 못한다. 사랑했으므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만큼 더 오래 그리워할 밤들을. 그로써 진정 사랑할 수 있는 날들을. 선우 에세이집 <아주 잠깐 울고 나서>는 말한다. 차마 놓지 못하는 오늘이 버겁지만 사랑하기에 고마운 내일을.
글로 그리고 사진으로 쓴 <아주 잠깐 울고 나서>
글을 올릴 때마다 공감하고, 그로써 위로받는 이들이 있다. 선우의 글들은 사랑으로 시린 자신을 조심스럽지만 진솔하게 드러낸다. 애써 꾸미기보다는 거칠더라도 사랑으로 지치고 물든 가슴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게 그의 글들은 자신을 미처 말하지 못했고 차마 드러내지 못한 이들을 어루만진다. 사랑으로 아프고 버거운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그래서 선우의 글들은 열렬히 환영받지만 쉽게 잊히는 글이 아니라 늘 되짚어 읽게끔 한다. 글로 그리고 사진으로 쓴 <아주 잠깐 울고 나서>가 그렇듯이.
■지은이 소개(인스타그램 _navillera by선우)
사진을 배운 적은 없지만, 사진 찍는 일을 좋아한다. 그림을 배운 적은 있지만, 그림을 잘 그리진 못한다. 글을 배우고 있지만, 글이 배워서 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못하는 건 별로 없지만, 잘하는 것도 딱히 없다. 다만 세상의 많은 아름다운 것, 아픈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을 좋아한다. 그것을 찍고, 그리고, 쓰는 일을 좋아한다.
그래서 때로는 뒷걸음질로 걷는다. 무심히 지나쳐버린 것들을 다시 보기 위해. 당신을 잊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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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그것들에 담긴 가뭇없이 흘러가버릴 사연들을 하나씩 받아 적었다. 그리고 그 문장의 끝에는 언제나 당신이 있었다.
나의 문장 속에 머무는 동안 당신이 나를 조금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 사라질 것들을 마주하며 실컷 사랑하고, 실컷 아파하고, 실컷 그리워하길 바란다. 여린 마음 속에서 슬픔과 기쁨, 아픔과 위로, 절망과 희망이 자리를 바꿀 수 있길 바란다.
그리하여 지금 당신이 가진 것들을 향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수 있기를, 더 이상 절룩거리지 않고 걸어갈 만한 푸른빛의 오솔길 하나 찾을 수 있기를 감히 바란다. -프롤로그
없던 것은 아주 없어지고, 오겠다던 이는 영영 오지 않았다. 마음대로 마음 먹고, 슬플 만큼 슬퍼했고, 울고 싶으면 실컷 울었다. 그러나 그건 흘러가지 않고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고여 있다가 비가 내리면 이렇듯 곤한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무던히도 내리는 빗속에 아픈 너와 아픈 나를 나란히 누여 두면, 서러움이 봇물처럼 터져 상실감의 수면 아래로 고스란히 가라앉을 때가 있다. 그저 얕은 울음인 줄 알았던 것이, 깊고 검은 바다일 때가 있다.
울어도 괜찮아, 비가 오는 밤에는. 하지만 너무 많이 울지는 마. 내가, 네 옆에 없다고. -p.18
눈앞이 흐려질 때 더욱 또렷해지는 그대에게 닿을 길이 없어 그곳에 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멀어져 있었고 만나지 못한 날도 오래되었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안부를 물을 일은 없었을 텐데 우연히 멈춘 발걸음일지라도 머문 시간만큼, 그 무게만큼 그대 흔적은 아련하게 남아있어요. 마음 담은 하늘에 그대가 불어옵니다. 그대 귓가에 닿을까 하여 전하는, 잘 지내나요, 그대.
차마 전하지 못한 이 흔한 안부 한 마디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될 줄 몰랐습니다. -p.22
이 계절에서 나를 잡고 있는 것이 미련이 아닌 사랑이길 바랍니다. 연민이 아닌 배려이길 바라고 습관이 아닌 열정이길 바랍니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들꽃 한 송이와 모래 한 줌조차 그대 사랑이라 믿으며 그대라는 세상에 발을 붙여 살렵니다. 사멸의 순간에도 시간을 되짚으며 내 마음에 부끄럽지 않은 삶이기를, 그리하여 비로소 나는 그토록 간절했던 누군가의 사람이라고 먼저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p.32
그러니까, 열 달쯤 지났을까요. 밤의 색이 짙어지고 달이 유난히 밝던 그날에, 창밖으로 가을이 찾아왔어요.
가만히 내 이름을 부르기에 맨발로 뛰어나가 반겼지만, 가을의 얼굴은 왠지 쓸쓸해 보였어요. 어리둥절해하는 나를 꼭 안아주더니 ‘잘 지내고 있어’ 하고 낯선 인사를 하더군요. 난 영문도 모른 채 눈물이 핑 돌았지만, 나보다 슬퍼 보이는 가을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지요. 가을이 돌아서 걸어가는 뒷모습에 이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어깨 위에 아직 남은 그 온기와 미련처럼 뒹구는 가을의 뒷자락을 주워 담으며 울적하고 서운한 마음을 달래곤 했어요.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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