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2025.06.19 (목)
 
Home > 문화/스포츠 > 테마가 있는 여행
 
갓바위의 갓을 없애서 망한 부자
살아있는 양주설화④
  2017-07-17 10:47:27 입력

어느 시대에나 부자가 있고 가난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어이없이 망해버린 부자 이야기도 있다.

양주에는 손님을 막으려다가 폭삭 망해버린 천석꾼 혹은 부자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부자가 복에 겨워 엉뚱한 짓을 해서 자기 손으로 집을 망하게 한 것이 아니다. 부자였기 때문에 겪어야만 했던 힘겨움과 고생으로 인해 집을 망하게 했다는 인상적인 이야기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한국구비문학대계> 출판을 위해 2012년에 추진한 지역자료 채록을 보면 양주에서는 크게 두 종류의 이야기가 수집됐다.

우선 남면 한산2리 김연분 주민이 제보한 ‘갓바위의 갓을 없애서 망한 부자’ 이야기가 있다. 어느 부잣집에 손님이 너무 자주 왔다. 사랑방에 모여드는 손님을 대접해야 하는 며느리는 무척 힘들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하루 하루를 힘겹게 보내던 어느 날, 시주 온 스님에게 손님이 안 오게 하는 방법을 물었다. 그러자 스님은 아주 쉬운 일이라며 갓바위를 가리키면서 “저 갓을 비켜 놓으십시오”라고 했다. 며느리는 갓바위의 갓을 없애버렸고, 그 집안은 점차 망해갔다.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 손님도 없어지게 되었다.

은현면 봉암리 남선휘 주민도 같은 지역에 대한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갓바위가 있어서 지역이름이 된 남면 입암리에 아주 큰 부자가 살았는데, 거지가 너무 많이 와서 구걸하자 제발 거지 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느 날 찾아온 스님이 시주를 받고 “사람을 사서 갓바위의 갓을 벗겨버리면 괜찮다”고 해서 갓을 벗겼더니 망해버렸다고 한다.

한산리에도 아주 큰 부잣집이 있었는데, 거지가 하도 찾아오자 지나가던 스님이 갓바위의 갓을 벗겨버리면 된다고 해서 그 말을 따랐다가 집이 완전히 망해버렸고, 지금도 부잣집이 있던 터에서 벽돌과 기왓장을 찾을 수가 있다고 한다.

광적면 비암리 고정오 주민은 남양주 물꼬란이라는 곳에서 이어온 손님 오는 것이 싫은 며느리 이야기를 전한다.

남양주 어느 천석꾼 집안에 하도 손님이 많이 오자 며느리는 매일 쉬지도 못하고 손님 시중 드는 일에 시달렸다. 그래서 찾아온 스님에게 “시주는 얼마든지 할 테니까 손님만 안 찾아오게 해달라”며 쌀 한 가마를 시주하니 “뒷산에 올라가면 산허리가 잘록한 데가 있는데, 거기를 가래로 칼질을 하라”고 했다.

그렇게 했더니 그날 밤 그 자리에서 피가 터져 나왔고, 다음 날부터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집은 망해버렸다고 한다. 그 집터에 깨진 기왓장이 아직도 발견된다고 한다. 그 집이 천석꾼이었으니, 천석이라면 쌀가마로 이천 가마다. 매년 쌀 이천 가마를 수확하던 집이니 그 집에 드나드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고, 그들을 챙겨 먹이는 며느리의 노고가 얼마나 컸을지는 짐작할 만하다.

다른 지역에서도 갓바위에 얽힌 비슷한 설화와 유래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매일 찾아오는 손님이나 거지를 먹여 살리면서도 천석꾼으로 살 수 있을 정도의 부자를 망하게 하는 주인공은 거의 대부분 며느리 몫이었다.

이 설화는 여자를 잘못 들여서 집안이 망했다는 것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 오랜 시절, 며느리에게는 집안 남자들의 뒤치다꺼리가 가장 중요한 일로 치부되었고, 며느리가 겪는 힘겨움을 당연시 여겼다.

며느리는 단지 끝없는 노역에서 해방될 방법을 찾으려고 한 것뿐인데, 어떤 식으로든 가부장제 시대를 살아가던 며느리들이 집안 노역에서 탈출할 방법은 없었나보다. 끊임없는 손님으로 인해 재산을 탕진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가난은 며느리 탓이 되고, 손님이 없어진 가난한 집안을 다시 꾸려나가야 하는 일도 역시 며느리의 몫이었으리라.

2017-07-17 10:56:19 수정 이재희 기자(hotnews24@paran.com)
이재희 기자 님의 다른기사 보기
TOP
 
나도 한마디 (욕설, 비방 글은 경고 없이 바로 삭제됩니다.) 전체보기 |0
이름 제목 조회 추천 작성일

한마디쓰기 이름 패스워드  
평 가









제 목
내 용
0 / 300byte
(한글150자)
 
 
 
 
 
 
감동양주골 쌀 CF
 
민복진 미술관 개관
 
2024 양주시 도시브랜드 홍보영상
 의정부도시교육재단 대표이사 인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202
 의정부 송양유치원, 짝꿍놀이에
 양주시·경찰서·예쓰병원, 주취
 양주시자원봉사센터, 재난대비
 도로 위 매연 내뿜는 한전 작업
 경기도, ‘주거복지센터·전세피
 양주시, ‘제3회 양주 평화기원
 양주시, ‘성장관리계획구역 재
 중증장애인 주거환경개선사업 “
 경기 더드림 재생사업, ‘의정부
 경기도, 연 최대 50만 원 청년
 의정부시 보건소, 생식세포 동결
 의정부시, ‘누구나돌봄서비스’
 의정부시, 2025년 사회적경제 기
 의정부시, 노인일자리 참여자 문
 경기도교육청, 정책과 현장의 연
 서정대학교 ‘뿌리산업 외국인
 양주시, 문학과 음악의 만남 ‘
 경기도의회 이영주 의원, 양주시
 대한노인회 의정부시지회, ‘202
 의정부도시공사 “안전한 동행”
 (사)의정부시자원봉사센터 의정
 김동연 “경기도에는 422만 자원
 경기도, ‘체육인 기회소득’ 지
 “깨끗한 계곡에서 안심 물놀이
 양주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옥정
 방역전문업체 현진CS, 재능기부
 생연1동 주민자치센터, 3분기 프
 양주시, 시청 공무원 사칭 피해
 
김성원 의원, 국민의힘 원내대표 떨어져
 
회천농협, 2025년 상반기 ‘농·축협 윤리경영대상’ 수상
 
“UBC 사업, 시민 공론장에 올려야 합니다”
 
이계옥 의원 “UBC 용역비 8억, 민생예산으로 돌려라”
 
양주축협, 상반기 신규채용 합격자 임용장 수여
 
서정대 박진혁 교수, 국회언론인연대 경기북부본부장에
 
바이러스가 살기 좋은 곳
 
사용자의 4대 보험 미납
 
뇌 에너지 결핍: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부전
 
안전관리는 효도의 근간이다
 
이벤트 회사, 두드림장애인학교에 식료품 후원
 
 
 
 
 
 
 
 
 
 
 
 
 
 
섬유종합지원센터
 
 
 
신문등록번호 : 경기.,아51959 | 등록연월일 : 2018년 9월13일
주소 : (11676) 경기도 의정부시 신촌로17번길 29-23(가능동) 문의전화 : 031-871-2581
팩스 : 031-838-2580 | 발행·편집인 : 유종규│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수연 | 관리자메일 : hotnews24@paran.com
Copyright(C) 경기북부시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