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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을 좋아하는 소년, 국가대표가 되다
근성이 만들어낸 ‘스피드스케이트 유망주’ 의정부중 유동훈 선수
  2017-04-03 16:58:57 입력


빙상에 첫 발을 디딘지 겨우 3년 만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적어도 아직은 남의 일일 것만 같았던 ‘스피트스케이트 청소년국가대표선수’가 바로 자신의 일이 되었는데도 “그냥 기분이 좋았다”는 말 밖에는 하지 않는 열다섯 살 소년, 유동훈 선수의 이야기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의 멋진 모습에 반해 스스로 시작하는 많은 아이들과 달리 유 선수는 학교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그냥’ 시작했다. 43년이라는 빙상 역사를 가진 의정부 경의초등학교는 지원자가 없어 해체 위기에 봉착하자 ‘잘 할 것 같은’ 아이를 찾아 나섰다.

이 때 눈에 띤 아이가 유동훈 학생이었다. 12살, 이미 5학년이나 되어 선수생활을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였다. 하지만 누가 봐도 우수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눈에 뜨일 수밖에 없었다.

“운동을 좋아해서 그냥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고민도 하지 않았고 재미도 있었어요.”

이렇게 해서 스케이트를 신은 지 1년 만에 종합동계선수권대회에 나가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타고난 능력을 검증받게 된다. 모두가 깜짝 놀랄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2016년 겨울 시즌에 열린 52회 고(故)빙상인추모전국남녀스피드스케이팅대회에서 이미 주목받고 있던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청소년국가대표 우선선발자로 확정되면서 공식적인 ‘스피드스케이팅 유망주’로 두각을 나타냈다.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칭찬에 수줍은 표정을 짓는 얼굴을 보면 영락없는 중학교 2학년이다. 하지만 3년 만에 그 자리에 오기까지의 다짐을 듣고 나면 국가대표의 기상이 보인다.

지금까지 유 선수와 오롯이 함께 해온 이진우 코치는 “동훈이는 재능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타고났다. 연습에서 잘 하다가 시합에서 부담 때문에 집중을 못하기도 하는데, 동훈이는 고등학생보다 근성이 강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3년의 시간 동안 ‘그냥’ 연습한 것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니 함께 훈련 받아온 여러 명의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청소년국가대표로 선정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린 소년에게 그 시간이 힘들고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어느 때보다 경기도회장배 전국체전 선발전 1500미터에 출전해 1등했을 때가 가장 감격스러웠다”고 말하는 것도 유망주로 알려진 좋은 선수들이 많이 참가한 대회라 심리적 부담이 컸기 때문이었다.

특히 3000미터 경기에 처음 도전하던 때에는 함께 훈련을 받았던 선배로부터 “이번에도 메달을 딸거냐?”라는 은근한 협박을 받기도 했는데, “네가 따나 내가 따나 보자”만 생각했지 사실 주종목이 아니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네 페이스대로만 가면 된다”는 이 코치의 말을 믿고 달렸는데, 덜컥 금메달이 목에 걸리고 말았다.

“기분이 좋았어요. 그 선배가 화난 것을 보니 미안하기도 했지만, 이전까지 늦게 시작한 내가 받은 차별 대우와 텃새 같은 것들을 다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좋았어요. 이젠 힘들 때마다 메달을 따는 그 순간을 떠올려요.”

인터뷰 중에도 그 순간이 떠올랐는지 굳어있던 얼굴에서 웃음이 드러났다. “근성이 강한 대신 마음이 여려서 요즘도 형들까지 걱정한다. 미안함 때문에 낼 수 있는 속도를 못 낼 수도 있다. 미안해해서는 안 된다”는 이 코치의 따끔한 지적을 듣지만 안정된 여유까지 느껴진다.

▲ 유동훈 선수(가운데)가 어머니 이영수씨, 이진우 코치와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금 웃고 있다고 훈련과정이 평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선수생활 2년째 접어들어 강원도 화천으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 첫 시련에 부딪히고야 말았다. 고지 800~900미터가 되는 곳을 뛰어오르는 훈련을 한 뒤, 전국대회에 비종목 선수로 참가해 A조로 등록하고, 기록을 낸 뒤 시합에 나가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모든 선수들이 밟아가는 규정이었다.

“먼저 시작한 수준 높은 애들과 훈련을 받다보니 점점 힘들었어요. 기술적인 면과 노하우, 체력까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으니까요. 전지훈련 가서는 고민도 많이 하고 그만두고 싶은 생각을 했어요.”

그때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처음으로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날은 공식공인기록대회인 전국대회 10일 전이었다. 유 선수 어머니 이영수씨는 그 날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아깝기도 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조금 더 참아보자고 했어요. 비종목 A조에서 뛰어보고, 그때도 아닌 것 같으면 그만 두자고.”

일찍 시작한 선수들 속에서 훈련을 받다보니 어른들은 모르는 사춘기 소년들 사이에서 벌어질 만한 사연이 종종 있었던 모양이다. 거기에 대회에 대한 불안감과 자신감까지 위축된 상태였다. 혹독한 훈련으로 대상포진에 걸려 잠조차 들지 못하는 통증까지 참아내야 했다.

“그냥 참았어요. 지금까지 연습한 것도 아깝고, 도와주시던 부모님과 코치님을 생각했어요.”

이렇게 시련을 하나씩 이겨낸 유 선수는 성인이 된 이후의 선수생활까지 생각한다. 그래서 스케이팅 강국인 네덜란드 스벤 크라머 선수의 경기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면서 기술을 배우기도 하는데,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직접 가서 크라머 선수의 모든 경기를 보고 올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이승훈 선수와 김민석 선수를 만나서 컨디션이나 몸 관리에 대해 물어보고 싶고, 언제 올지 모르는 딜레마에 걱정도 되고, 징크스를 이겨내기 위해 시합 날마다 같은 옷을 입기도 한다. 모두 심리적인 안정을 찾기 위한 행동이다. 한편으로는 여느 중학생처럼 가요와 팝송을 좋아하고 래퍼 도끼의 팬일 정도로 랩을 좋아한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은 꿈과 목표는 절대로 잊지 않는다.

지금은 시즌이 끝나고 잠깐 쉬는 중이지만, 마냥 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의정부시 사이클연맹 회장인 어머니와 함께 사이클 연습을 하고 있다. 사이클이 같은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이어서 스케이트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는 어머니의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어 전국소년체전에 도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래도 운동 마치고 집에 오면 옷은 제자리에 걸고 기본적인 것은 스스로 했으면 좋겠다”는 어머니 말에 “운동하고 왔을 때 사소한 일은 시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살짝 반항하는 모습은 평범한 모자 간 일상으로 보인다.

“최대 라이벌은 또래들이다. 겉멋에 들어 옷만 차려입고 멋지게 보이는 것보다는 올림픽에 국가대표선수로 나서고 싶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꿈과 목표를 향해 계속 달리고 싶다.” 유 선수는 기필코 자신의 목표를 이룰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면서 가장 큰 조력자인 어머니와 이 코치 앞에서 힘차게 파이팅을 외쳤다.

이재희 기자(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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