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국회의원 문희상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꿈꿨을 법한 일화다. 아주 오래전 정치에 입문하려는 한 청년(지금의 제주도지사 원희룡)에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이 없으면 아예 여의도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을 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은 본인에게 한 말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내 생애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네 번째(4.19혁명, 5.18민중항쟁, 6.10항쟁) 민주항쟁인 2016년 겨울의 천만 촛불”을 함께하며 “권력의 주인인 국민이 밝은 눈으로 제대로 된 대통령을 선별하여 두 번 다시는 오늘과 같은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통령>(도서출판 경계)을 써내려갔다.
3월10일 대통령 박근혜 파면과 5월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3월22일 절묘하게도 <대통령>이 세상에 나왔다. 문희상이 생애 최초로 펴낸 서점 판매용 책이다.
그는 서문에서 “이 가슴 떨리는 항쟁의 결과물이 또다시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갈까봐 지금 이 한 순간 한 순간이 두렵기만 하다”며 “그렇다면 이 엄중한 시점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한 끝에 정치인으로 살아온 내 인생의 고비를 관통하는 경험과 생각들을 엮어 대통령이란 어떤 존재인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대통령의 상(像)이 무엇인지에 관해 책으로 내놓자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가 쓰고자 한 의도대로 이 책은 전직 대통령들과의 일화를 소개하는 ‘회고록’과 ‘대통령론’을 엮은 ‘정치에세이’에 가깝다.
정치평론가나 학자들의 시각이 아닌 “함께 정국을 운영했던 동지의 마음으로, 때로는 노선과 가치가 전혀 다른 국회의원의 비판자적 시각”에서 ‘대통령’을 이야기한 것이다.
다 알다시피 그는 김영삼 대통령 때 제14대 초선 국회의원이 된 이래 6선 국회의원으로 있는 동안 김대중 대통령 초대 정무수석, 노무현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때는 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권력의 최고점’을 경험했다.
문희상은 이 책에서 “권력의 노예가 된 이들은 대통령으로 적합하지 못하다”고 일갈했다. “권력에 중독되지 않고 권력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 가슴에는 힘을 향한 욕망을 품었으나 두 눈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보고 그런 사명감으로 걷는 사람, 그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소망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주인의 눈으로 좋은 일꾼을 뽑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사람 보는 눈을 제대로 갖추기 못했을 때 나라가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를 우리는 똑똑히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좋은 일꾼이란 “균형감각과 열정, 책임감으로 무장되어 있고, 도덕성과 국민통합 및 국정운영 능력을 겸비했으며,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대통령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딸린 <대통령>은 그러나 아쉽게도 권력의 민낯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그의 말마따나 “내 손에 피를 묻혀가며 상대와 죽기 살기로 싸우는 건 체질에 잘 맞지 않는 천성”이어서인지 권력 심장부의 비사(祕史)는 물론 상대편을 매몰차게 비판하는 내용은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아 긴장감이 떨어진다.
이 책은 서울시장 박원순(“모든 유권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과 방송인 김미화(“당신이 주인이다”), 공신 강성태(“정치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가 추천사를 썼다. 교보문고 등 전국 주요 서점과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등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책값은 1만5천원. 구입문의: 02-3144-1313, 도서출판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