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헐거운 이들은 그나마 나를 부러워할 텐데 그들보다 늘, 나보다 드센 이들만 엿보는 일상이다. 사는 건 내 몫으로 즐기는 일이라고 내 그림자 키만큼 울고 웃는 일이라지만 자꾸만 잘난 것들에만 마음이 몰린다.
내 머문 자리가 늘 바람이 들고 나는 까닭이다. 남들 따뜻한 자리만 훔쳐보기에 바빠 정작 내 머문 자리를 즐기지 못한 까닭이다. 이처럼 작은 것도 목숨 걸고 내게 달라붙지 않는가. 괜한 요란보다 모질어지라고, 머문 자리라도 뜨거워지라고 이처럼 작은 것들도 말하지 않는가.”
#아직 소란스럽고 철들지 못한 마흔이지만
누구에게 마흔은 세상에 혹하지 않는 시절이지만, 누군가에게 마흔은 아직도 철들지 못하는 날들이다. 하지만 마흔이라서 다행일 때가 있다. 사소한 소란에도 부대끼기 일쑤지만, 마흔이라서 고마운 이름들이 있다.
도서출판이다에서 에세이집 <마흔의 봄>을 출간했다. 이 책은 애써 마흔을 덮어두려 하지 않는다. 어수선할 수 있는 마흔을 날것 그대로 어루만진다. 아직 철들지 못한 마흔이지만 지금이라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안녕하고, 그처럼 잊히지 않는 날들이기를
마흔은 곤혹스럽다. 마음은 스무 살이고 싶지만 사는 일은 늘 나잇값으로 밀려온다. 바쁘다는 핑계로 살피지 못한 날들은 이만큼이나 헐었구나 싶다. 스무 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한창이지만 돌이키기에는 한참이고 돌이킬 수도 없다.
그래도 마흔은 스무 살의 힘으로 살고 있다. 아직 헤아릴 것은 한창이지만 그 힘으로 건너야 할 날들이 마흔이다. 그처럼 안녕하고, 그처럼 잊히지 않는 날들이기를 기대한다. <마흔의 봄>은 그런 날들을 담았다.
#훌쩍 마흔이지만 마흔이기에 지금은 봄이다
이 책은 다짐한다. 스무 살로 돌아가지 말자고. 오랜만에 떠올린 날들이 그것으로 충분히 그 자리에 머물기를, 그날들에 매달려 지금의 나를 놓치지 않기를. 그때는, 예전에는 식으로 지난날을 핑계나 푸념으로 삼지 않기 위해 이제는 그 자리에 두어야 한다고.
남은 것은 지금 이 자리. 살아야 할 몫은 스무 살이 아니라 마흔의 날들이다. 스무 살을 더듬더라도 내일은 결코 스무 살일 수 없으니. 누려야 할 것들은 지금 이 자리로 충분히 고맙고, 지난 날은 지난 날로 그 자리에 머물게 하는 것도 오늘의 몫이다.
그래서 벌써 마흔이지만 마흔이기에 지금은 봄이다. 소란스럽고 때로는 소슬하겠지만 오늘을 즐길 일이다. 그렇게 조금씩 철들고, 철들기 위해 다시 오늘을 누려야 할, 마흔은 봄이다.
#늦었다고 미룬 길에서 마중하는 ‘마흔의 봄’
지은이는 한 때 문학소년이었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의 칭찬과 제멋에 겨워 글을 쓴다는 것이 재미있었고, 20대에는 좋은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30대에는 자신의 재주가 고만고만하다는 자괴감과 함께 밥벌이를 핑계로 남의 글을 다듬었다.
동창들이 자기 글을 세상에 뽐낼 때 질투와 부러움으로, 자신의 모자란 그릇을 탓하며 애써 외면하려 했다. 고급 독자라도 되고 싶던 그는 어느새 눈물도 민망한 나이가 되었다. 그런 그가 지금 다시 20대로 돌아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참 늦었다고 생각한 그 길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려고 애쓰고 있다.
마흔이면 한참 먼 줄 알았던 그 길에서 다시 봄을 열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일상이자 헛헛하지만 그래도 마흔이라서 다행인 날들을 이야기한다.
■지은이 소개/조일동
서울 녹번동에서 태어났으며,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여러 출판사에 적을 두었으며, 현재 도서출판이다 기획실에서 다음 책을 궁리하는 틈틈이 자신의 글을 쓰고 있다.
출판일을 하면서도 대형서점보다 헌책방을 더 즐기고, 이제는 시간에 밀리는 일을 그나마 덜었지만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들의 목록을 챙기는 중에도 펴낸 책들의 서점 반응 사이에서 웃고 울고 있다.
도서출판이다 / (전화) 070-7560-9294 / (메일) design_eda@naver.com / (홈페이지) edaboo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