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가 시민들의 쾌적하고 편안한 산책을 위해 일명 ‘소풍길’을 만들면서, 소풍길이 유래한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 ‘귀천’을 엉터리로 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부시는 소풍길 총 9개 코스 71.7㎞(대구간 6개 코스, 소구간 3개 코스)를 조성하면서 여러 곳에 ‘소풍길의 유래’ 안내판을 설치했다.
의정부시는 이 안내판에서 “‘소풍길’이란 이름은 의정부에 살았던 천상병 시인의 대표 시 ‘귀천’에 나오는 시어”이라며 “천 시인은 이 세상의 삶을 ‘소풍’이라고 표현하며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소풍길은 ‘아름다운 의정부, 행복한 시민’을 기억해주는 자연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 ‘귀천(歸天)’ 전문을 게재했으나, 맞춤법 등을 엉터리로 제작했다.
시인이 1976년 6월 <창작과비평>에 발표한 원문을 보면, 제목은 우선 ‘歸天’이라는 한자가 없다. 제목 밑에는 ‘-주일(主日)’이라는 부제가 있는데 의정부시는 이를 누락했다. 2연 2행의 ‘노을빛’은 ‘노을및’으로 맞춤법을 완전히 어겼고, 2연 3행의 ‘손짓하며는,’은 ‘손짓하면은’으로 잘못 썼다.
시적 장치로 쓰는 문장 부호의 경우 1연 1행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에 마침표를 임의로 찍었고, 3연 3행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의 말 줄임표는 마침표로 변형시켰다. 2연 3행 ‘손짓하며는,’의 쉼표도 빠뜨렸다.
의정부시 한 문예단체 관계자는 3월16일 “참으로 망신스러운 일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녹양동 시민 송모씨는 “의정부시가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천상병 시인을 상품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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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시가 제작한 엉터리 안내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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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민사>에서 발간한 ‘천상병 전집’에 나오는 시 원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