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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2005-12-02 17:42:00 입력

니두 농사짓구 거름 줘봤잖여/똑같은 거름두 뿌리 있는 낭구에 줘야지 거름이 되는겨/뿌리 없이 밑둥 잘라 심군 낭구에 줘봐라/낭구가 썩어버려 이눔아/니들 노는 꼴이 그렇다 이거여/농사 없는 나라가 뿌리 없는 낭구지 뭐냐/미국쌀 미국괴기 싸다구 좋아허지 말어/미국놈이 니 애비냐 먹는 거를 기대게/이 애비 내뻔지구 의붓애비 섬기기루 한겨/그게 그지새끼나 진배없는겨/뿌리 없는 낭구니께 아조/미국놈덜 낭구에 접붙어 살기루 했다 이거지(김진경 ‘뿌리가 없으믄 썩는겨’)

지난달 23일 찬성 139명, 반대 61명, 기권 23명 순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쌀관세화 유예를 10년간 더 연장하자는 내용의 쌀협상 비준동의안이 통과되자 농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수입쌀이 시중에 풀리면 쌀가격이 15~20% 하락돼 쌀 농업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다. 정부는 내년 만기인 5조9천억원 규모의 농가대출금을 3년이나 5년 동안 분할 상환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농민 달래기’에 나섰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통일신라시대부터 벼의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쌀이 식생활의 중심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때부터 쌀이 차지하는 정치경제적·사회문화적·농업기술적 위치는 확고했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쌀은 일본형과 인도형으로 크게 나뉜다. 일본형은 일본을 비롯하여 한국, 중국 중북부, 브라질, 에스파냐,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서 생산되고, 인도형은 동남아시아, 중국 남부, 인도, 미국 남부에서 생산되고 있다. 인도형은 일본형에 비하여 쌀알이 길고 밥을 지었을 때 끈기가 없으므로 한국인이나 일본인의 기호에는 맞지 않는다.

쌀은 투쟁의 역사였다. 1894년(고종 31) 전라도 고부에서 시작된 동학농민혁명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탈과 빈곤에 맞선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 속에는 쌀이 가장 중요한 혁명 동력이었다. 지금도 아무리 먹을 게 지천에 널려있어도 쌀밥을 먹지 않으면 식욕을 편히 다스릴 수 없는 게 우리 민족이다. ‘밥심’으로 사는 민족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쌀은 민족의 뿌리이자 정신인 것이다. 그래서 다시 시작이다. 일찍이 시인 김진경은 처절하게 노래를 불렀다.

이라쿠만 즌쟁인감유/미국 농산물이 미사일부담 더 무서워유/목화농사를 묻고/밀농사를 묻고/소, 돼지를 묻구/보리농사두 묻구/쌀농사두 묻구/우덜이야 딸기 겉은 거루나 살아 있는 값 허다가/지구를 떠나란 얘기지유(‘이라쿠만 즌쟁인감유’)
돈이 이기라구 보태주는/싸가지 없는 나라에 살라니께 미치겠다야/사람허구 돈이 싸우는 거야/이라쿠에서만 싸우구 있냐/우리 농민들두 들판에서 미국돈허구 싸우구 있지/으메 워츠키 가다 보니께/잘허믄 후쎈인가 뭔가 허구/우리 농민허구 한편 되긋다(‘즌쟁이야 사람이 허지 무기가 허나’)

유종규 기자(freedomy@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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