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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맞는 남자-2
소설가 김실의 쌍기통 코너
  2006-07-07 13:44:00 입력

요즘도 김가다는 거의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마누라가 적어준 쪽지를 보물처럼 가방에 간직하고 광장시장으로 원단을 떼러 나가곤 하지만 세상에 직업치고 김가다 만큼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남편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나 싶었다.

“뭐 마누라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순종하면 80이 넘어 미랭시 다 되도록 퇴출당할 염려도 없구 된장찌개든 김치찌개든 먹고 싶은 것 맘대로 사 먹고, 황학동 벼룩시장에 가면 청바지든 양복이든 그저 만원 한장이면 해결되니 이게 웬 복이 넝쿨째 굴러들었냐 이 말이지. 보릿고개 같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같은 암울했던 추억은 이제 두 번 다시 되새길 필요도 없지...”

그런데 그날 전철 속에서 김가다는 참으로 무서운 여자를 구경하고는 부르르 몸서리를 쳤다. 웬 여자가 남자와 함께 성북역에서 전철을 탔다. 마침 빈자리가 하나 있어서 남편이 냉큼 엉덩이를 내려놓자 마자 여자가 소리를 바락 질렀다.

“아, 당신은 저어기 노약자 석에 가 앉으라굿. 여편네 다리아픈 건 생각 않어? 빙신새끼! 집구석에서도 빙신 짓허구 나와서도 빙신 짓얏?”

“.......”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여자를 그 자리에 앉히고 일어서서 잠자코 시선을 창밖으로 쫓아보내고 있었다. 여자가 또 소리쳤다.

“아, 저기 노약자석에 자리 비었잖어. 멀뚱하게 서있지 말구 가서 앉으라니깐!”

그래도 남자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냥 서있기만 하자 여자가 발딱 일어나더니 이번엔 남자의 멱살을 한손으로 와락 잡아서 자기가 앉았던 자리에 휴지처럼 꾸겨 앉혔다. 여자를 쳐다보는 남자의 동공이 공포에 떨고 있는듯 했다.

순간 김가다는 몇 년전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오기 전에 살았던 아파트의 어느 지랄부부를 기억해 내었다.
아이도 하나없이 살고 있는 그 두 부부는 평소에는 물처럼 조용한데 동네슈퍼 마당에서 마주앉아 함께 술을 마신 날 밤에는 여지없이 부부싸움이 벌어지곤 했는데 그때마다 프로레슬러 뺨칠 듯 거대한 몸집의 여자가 악장을 치며 남편을 개 패듯 패는 것이었다. 매맞는 남자가 하도 불쌍해서 김가다가 몇마디 했더니 여자가 지옥에서 탈출해 나온 악귀같은 얼굴로 쏘아부쳤다.

“뭐야 당신은? 엉? 왜 남의 부부싸움에 끼어들엇!”
김가다가 찔끔해서 다시 현관문을 칵 닫고 자물쇠를 걸었었다. 그날 밤에 김가다는 곤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아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19살 처녀적엔 수줍기만 했던 그 아내가 지금은 팔뚝도 두배나 굵어져 있었고 성질도 살쾡이가 되어 있었다.

어쨌거나 김가다는 그날 전철 속에서 보았던 가엾은 천대기 남편을 머리에 떠올리며 자신도 마누라에게 찍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겠다고 가슴으로 중얼거렸다.

“젊은시절도 아니구 노땅 다 되어서 젊은 마누라한테 쫓겨나면 안되지 진짜루... 내가 왜 이나이에 쫓겨나서 노숙자 되어야해? 하지만 염려 않아도 돼. 우리 마누란 내가 지금처럼 속만 썩히지 않으면 언제나 천사처럼 화사한 얼굴로 끔찍이도 날 사랑하니까...” <끝>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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