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실록부록 1권> 순종 3년 8월29일(양력) 2번째 기사에 나오는 치욕스런 글이다. 통감부 자작 데라우치 마사타케는 한일병합이 단행된 그날 다음과 같은 포고문을 발표했다.
“조선 고래(古來)의 유폐(流弊)는 좋아함과 싫어함이 서로 거스르고 이익만을 위해 서로 싸우는데 있으니, 이 때문에 한 당이 득세하면 다른 정파를 홀연히 해치고, 한 정파가 세력을 거두면 다른 당을 번번이 넘어뜨리고자 하여 서로 필적하고 배척하는 것이 그 끝을 알 수 없다가 마침내 파산하고 망한 집안이 적지 않다.”
제1대 조선 총독이 된 데라우치는 우리의 유폐를 ‘패거리 문화’와 ‘당파 싸움’으로 정의내렸다. 후일 일제는 이를 식민사관으로 발전시켜 ‘당파성론’으로 정리해 우리 역사를 왜곡시켰다.
하지만 작금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실태를 보면 데라우치의 망언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최순실 게이트로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이처럼 대혼란을 초래한 정권은 없었다.
박 대통령이 탄핵 정국으로 버티기 작전에 들어가자 그동안 숨죽이며 침묵을 지키던 친박계가 비박계를 향해 역공을 펼치고 있다. 이정현 대표도 당내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대표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여당 비주류를 상징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탈당해 여권 분열이 예상된다.
내부에서 싸우고 또 싸우다보면 데라우치가 지적한 대로 마침내 파산하고 망한 집안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참 집안 꼴 잘 돌아간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