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실학자 이익 선생은 <성호사설>에서 탐관오리의 폐해에 대해 신랄히 비판했다.
“백주에 재물을 강제로 빼앗는 것을 강도라 한다. 맹자가 이른 바, ‘사람을 문 밖에서 밟고 재물을 빼앗는다’라는 것이 이것이다. 지금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공공연하게 백성의 재물을 약탈함이 강도보다도 심함이 있다. 곧 만장(맹자의 제자)이 이른 바, ‘백성에게 받은 것이 병기로써 사람을 막는 것 같다’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강도를 보면 ‘반드시 잡아 죽여야 한다’ 하면서 탐장한 것은 보아도 예사로 보아 넘기고 괴이하게 여기지 않음은 무엇 때문인가. 그 심리를 미루어 볼 때 진실로 필부가 재물이 없으면 반드시 팔을 걷어붙이고 남의 재물을 빼앗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해를 당하는 자는 몇몇 사람에 불과하다. 탐학한 관리가 수령으로 되면 해독이 한 고을에 퍼지고, 방백으로 되면 해독이 한 방면에 퍼진다. 이러므로 주자가 그 노여움을 얼굴에 나타내면서 말하기를 ‘큰 글자를 얼굴에다 새겨서 귀양보내야 한다’라고 했다. 심지는 경상(卿相)으로 된 자가 재물을 탐내어서 다함이 없으면 나라를 좀 먹는 것이 또 어떠하겠는가.”
검찰은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을 ‘용산 개발사업비리’ 의혹에 따른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허 전 사장은 2011년 용산역세권 개발업무와 관련해 건설폐기물 처리업체를 운영하는 손모씨에게 “폐기물 수거업체로 선정되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허 전 사장은 2011년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손씨로부터 6차례에 걸쳐 1억76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허 전 사장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21세기 탐관오리’로 백성뿐만 아니라 나라를 좀 먹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어 씁쓸할 따름이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