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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상, 김경호. |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서지 못한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과 ‘화합하되 무턱대고 어울리진 않는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은 문희상 국회의원이 “백 번 천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인생의 두가지 원칙”이었다.
문희상(71) 의원이 ‘정치적 아들’ 혹은 ‘정치적 장자·적자’라 부르고, 스스로도 그렇게 자임하던 김경호(56) 전 경기도의회 의장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간 일은 의정부 정치사에 큰 사건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1997년부터 20년 간 민주당에서 동고동락하며 지켜오던 ‘무신불립’이 한 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화이부동’만 명맥을 유지한 채 서로에게 총질을 하게 됐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의정부시장에 출마하려던 김 전 의장은 당시 문 의원이 본인의 후원회장이던 박영하 변호사를 공천하려 하자 경선을 요구하며 항의단식에 들어갔다. 그러나 13일 만에 아무런 성과도 명분도 없이 단식을 풀었다.
단식 해제 전날 문 의원이 단식장을 찾아가 “빚을 졌다. 꼭 갚겠다”는 말을 하자 단식을 포기한 것이다. 결국 박영하 변호사가 열린우리당 의정부시장 후보로 전략공천을 받았다.
2010년 지방선거 때도 안병용 당시 신흥대 교수가 민주당 의정부시장 공천을 받았고, 2014년에도 김 전 의장이 경선을 요구했으나 안병용 시장이 전략공천(단수공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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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14일 더불어민주당 탈당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김경호 전 경기도의회 의장. |
문 의원은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5선에 당선된 뒤 “더 이상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으나, 이번에 다시 6선에 도전한다. 그런데 6선 앞길을 김 전 의장이 막아섰다. 오매불망 “의정부시장이 되겠다”던 김 전 의장은 앞길이 불분명했다. 유산 상속이 어그러진 것이다.
김 전 의장이 3번의 의정부시의원, 2번의 경기도의원으로 정치활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 의원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문 의원이 5선의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도 김 전 의장의 역할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 그들이 이제 결별을 선언하고 경쟁자로 나섰다. 아버지와 아들이 정치생명을 걸고 전쟁터에 뛰어들어 칼을 겨누게 된 것이다. 미래를 위한 분가가 아닌, 서로 죽어보자는 드잡이인 셈이다. 문 의원에게는 아들을 향한 진실한 사랑이 없고, 김 전 의장에게는 아버지를 위한 모진 인내심이 없는 꼴이다. ‘정치적 패륜’이라는 말을 써야 명징해진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만 불난 집에서 부채춤을 추며 덩실덩실 노래를 부르게 됐다. 서까래 무너지고 잿더미 날리는 폐허의 바닥에는 새누리당이 터뜨린 샴페인이 넘쳐흐를 것이다. 의정부 정치사가 2016년 4월13일을 기록할 답안지는 이미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