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2025.05.24 (토)
 
Home > 기획/연재 > 전문가 칼럼
 
선거와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
박봉수/경민대학교 교수(정치학박사)
  2015-12-04 13:31:01 입력

예부터 동양에서는 일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를 중요시 해왔다. 천시는 하늘의 때를, 지리는 땅의 이점(利點)을, 그리고 인화는 사람의 화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세 가지 천지인(天·地·人)이 조화롭게 작용할 때 일이 제대로 성사된다고 보았다.

맹자(孟子)는 그 중에서 인화를 가장 중요시 했다.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 ‘하늘의 때는 땅의 이점만 못하고, 땅의 이점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고 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혼란기에도 맹자는 권모술수의 패도(覇道)정치가 아닌, 인화가 근본이 되는 인정덕치(仁政德治), 왕도(王道)정치로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10여일 후면 12월15일,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의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된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온다. 엄동설한(嚴冬雪寒) 혹한(酷寒)을 마다않고 국정(國政)에 참여하려는 출마자들은 저마다 선택을 받기 위해, 자신을 알리기 위해 길거리에서, 모임에서 분주히 움직일 것이다. 아니 이미 그런 움직임은 벌써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익숙한 고질(痼疾)처럼, 선거 시즌을 앞두고 여러 상념과 구상(構想)이 때때로 나를 불면의 밤으로 인도한다. 돌아보면, 나는 정치학을 전공했고, 그리고 다년간 현실정치에 참여했던 것에 비해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어쩌면 정치를 짝사랑했는지도 모른다. 정치현장에서의 나의 선택은 넓은 길, 남들이 많이 가는 길보다는 좁은 길, 남들이 안 가는 길이었다.

정통야당에 서 있었다 3당 합당에 반대해 ‘작은 민주당’에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정주영이 만든 통일국민당의 금권정치에 영합하지 않았다. 김대중(DJ)의 정계복귀 후, 야당이 분당될 때 새정치국민회의로 쫒아가지 않고 민주당에 그대로 남았다.

내가 선택한 길은 매번 소수의 길이었다. 실리(實利)보다 내가 옳다고 믿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선택의 기준이 됐다. 이리저리 사람 따라 탈당하며 쫒아 다니는 정치를 할 바에는 그만두겠다는 각오로 정치에 임했다. 그러다보니 때를 못 만난 것인지, 때를 잘 못 탄 것인지 난 늘 비껴 있었고, 주류(主流)가 아닌 비주류였다. 힘들었던 시기에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들이 많았다. 이 세 가지 중에 무엇이 부족했고 문제였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민주주의에서 정치는 곧 선거다. 선거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이 발현되는 선택의 장(場)이자 피아(彼我)간에 권력, 헤게모니(hegemony)를 놓고 벌이는 전장(戰場)이다. 선거에서 이기면 정치생명이 흥(興)하고, 선거에서 지면 정치생명은 망(亡)한다. 정치인은 선거에 출마해 이겨야 비로소 자신의 정견(政見), 포부를 펼칠 수 있게 된다. 맹자가 전쟁에서 天時(천시), 地利(지리), 人和(인화)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처럼, 오늘날 선거에서도 그 세 가지는 각별한 이치(理致)를 담고 있다.

선거에서 천시(天時)는 자연적 상태라기보다 사회적 상황을 뜻한다. 흔히 한국정치는 ‘운칠기삼(運七技三)’, 운이 7이라면 능력은 3이라고 한다. 천시는 시대상황적 조건, 틀, 판, 프레임(frame), 타이밍(timing), 구도(構圖), 선거바람, 운(運) 때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큰 틀에서의 천시는 개인의 선택이나 작용보다, 보다 크고 불가역(不可逆)적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상황조건의 산물일 수 있다. 이를테면 영·호남의 지역구도나, 민주·반민주의 진영(陣營)구도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때 그때 선거국면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천시는 대중이 공감하는 큰 이슈(issue)나 민심의 흐름 같은 것으로 도도히 대세(大勢)를 형성한다. 바둑에서 포석이 좋으면 싸움도 유리한 국면에서 잘 할 수 있는 것처럼, 천시를 잘 타고, 잘 이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선거에서 좋은 출발선상에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천시라는 대국(大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정치인에게 대단히 중요한 자질이고 자산일 수 있다.

선거에서 지리적 이점(利點)으로서의 지리(地利)는 지역연고나 지역기반 같은 것을 의미한다. 학연, 혈연, 지연(地緣)이 기초가 되어 출마하는 지역에서 얼마나 단단한 조직기반과 지명도를 구축하였는지가 중요시 된다.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나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흔히 선거는 조직과 바람이 중요변수로 작용한다. 바람(천시)이 조직(지리)과 맞부딪쳐져 선거양상을 좌우하기도 한다. 다만, 지역적 연고가 갖는 지리의 이점은 정당(政黨)이나 이슈 같은 것에 더 영향을 받는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비중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지리를 넘어서는 게 인화나 천시가 아닌가 싶다.

선거에서 인화(人和)는 단순히 인간의 화합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출마자는 기본적으로 자기조직을 통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리더(leader)와 팔로워(follower) 간의 관계는 조직의 승패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과거 김영삼(YS)이 3당 합당 후에 민자당에서 대통령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좌(左)동영·우(右)형우’로 상징되는 상도동계의 끈끈한 단결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했다. YS는 계파 내외(內外) 간으로 발휘된 특유의 인화를 무기로, 순리(順理)와 대의명분을 앞세우는 천시를 잘 활용해, 지리가 불리한 호랑이굴 적진에서 대권후보를 거머쥘 수 있었다. 결국 그 싸움은 지리가 불리한 상황 속에서 인화가 결정적으로 승패를 갈랐다. 그만큼 인화는 크고 작은 조직 간의 싸움에서 승리의 길로 이끄는 알파(Alpha)요 오메가(Omega)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도자가 인화를 이뤄낼 수 있기 위해서는 그를 추종할만한 무언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지도자의 인물됨이든, 보유하고 있는 여러 현실적 능력이든, 비전이든, 의리든, 정신이든, 인간적 매력이든 아무쪼록 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탁월함이 있어야 한다. 인화는 자기 조직 내에서의 인화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유권자들과도 인화할 수 있어야 진정 승리를 쟁취해낼 수 있다. 선거는 궁극적으로 자기를 지지하는 유권자를 확보하려는 인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천시(天時)는 선거의 컨셉(concept)이 될 수 있기에, 무엇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난 후에 자신이 설 자리, 지리(地利)에 자신이 얼마나 친화적인지 또한 살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함께 선거를 치러갈 주변사람들과 자신에게 표를 던질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여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어떻게 무엇으로 다가가 인화(人和)해 나갈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판단과 계획이 분명히 서 있어야 비로소 출마자로서의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화를 이뤄낼 수 있는 자신이 먼저 바로 서야 할 것이고, 여러모로 지리의 힘을 얻어낼 수 있는 조건을 여하히 갖춘 상태에서, 마침내 천시를 읽고, 그 시운(時運)을 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선거는 천시, 지리, 인화가 어울려 이루어지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일년을 정리하는 연말의 다망(多忙)함에 더해, 선거 시즌을 앞둔 출마자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어우러져 정국(政局)이 용트림하고 있다. 천지인(天·地·人)이 조화롭게 작동하는 세상에, 선거의 시즌을 앞에 두고 모두의 건투를 비는 것처럼 서설(瑞雪)이 내리고 있다.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경기북부시민신문 님의 다른기사 보기
TOP
 
나도 한마디 (욕설, 비방 글은 경고 없이 바로 삭제됩니다.) 전체보기 |0
이름 제목 조회 추천 작성일

한마디쓰기 이름 패스워드  
평 가









제 목
내 용
0 / 300byte
(한글150자)
 
 
 
 
 
 
감동양주골 쌀 CF
 
민복진 미술관 개관
 
2024 양주시 도시브랜드 홍보영상
 경기북부 5개지역 시민단체, 대
 의정부교육지원청, 2025학년도
 호원1동 새마을부녀회, 마음으로
 신곡2동, 제1차 취약계층 가가호
 호원치매안심센터, 치매 가족교
 동두천초등학교, 월드스쿨로의
 육군 제8기동사단, 2025년 지상
 의정부실내빙상장, 전국 생활체
 영유아 정서·심리 발달 지원 위
 [포토] 유채꽃밭 활짝…환영 인
 양주시의회, 377회 임시회 폐회
 양주시립교향악단, 5월 22일 파
 의정부시청소년재단 새말청소년
 송내동, 봉사하는 착한식당 ‘눈
 동두천시, 고액 상습 체납자 가
 동두천시, 동두천사랑상품권 부
 고명환 작가가 양주소방서에 알
 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 제18
 퇴근 후 건강 챙기기!…의정부시
 의정부시, 교외선 건널목 관리원
 청년이 만든 책, 의정부를 채운
 의정부시, ‘멈춤’이 생명을 지
 연천군, 학교로 찾아가는 개성
 양주시, 세외수입 담당자 대상
 의정부교육지원청, 늘봄·방과
 양주시, 농업활동으로 정서 치유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산 선인봉
 국립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 충
 흥선동 연내천 복개 거주자우선
 양주시, 토양정밀조사 및 오염토
 
정진호 의원 “시장 마음 바뀔 때마다 개발방향 바뀌는 한심한 의정부”
 
장흥농협, 제8회 행복장흥 아카데미 성황리 개최
 
“UBC 사업, 시민 공론장에 올려야 합니다”
 
덕도초에 71세 만학도 입학…“배움에 나이는 없죠”
 
광적농협-광적상가번영회, 상호협력 업무협약
 
양주축협, 영남지역 산불 피해 복구 성금 기부
 
글로 기록 남기기의 중요성
 
수습기간과 최저임금의 90%
 
“척추가 부러졌는데 시멘트를 주입한다고요?”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는 무사고에 헌신하는 노동 현장 수호자
 
한전MCS 경기북부지사 전 지점 ‘따뜻한 나눔’
 
 
 
 
 
 
 
 
 
 
 
 
 
 
섬유종합지원센터
 
 
 
신문등록번호 : 경기.,아51959 | 등록연월일 : 2018년 9월13일
주소 : (11676) 경기도 의정부시 신촌로17번길 29-23(가능동) 문의전화 : 031-871-2581
팩스 : 031-838-2580 | 발행·편집인 : 유종규│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수연 | 관리자메일 : hotnews24@paran.com
Copyright(C) 경기북부시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