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시대 이야기이다.
현명한 한 노인이 초나라 은사인 손숙오에게 물었다. “삶을 어려움으로 끌어들이는 세 가지가 있는데 당신은 그것들이 무엇인지 아는가?”
손숙오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노인이 답했다.
“그것은 지위와 재산과 능력이라네. 지위가 높으면 경쟁자들이 시기하고, 재산이 많으면 다른 사람들이 원망하며,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 그대의 상관조차도 그대를 질투할 것이라네. 따라서 이 세 가지가 인생을 어려움으로 몰아넣는 원흉이 된다네. 자신의 몸을 낮추어 낮은 자리에서 지내고, 재물을 탐내지 않고, 능력을 과시하지 않으면 편안하게 살 수 있다네.”
손숙오는 노인의 말을 새겨들었다. 후일 손숙오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아들을 불러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으면 왕이 반드시 기름진 땅을 주려고 할 것이다. 그 땅을 절대로 받지 말고 변두리의 척박한 땅을 달라고 해라. 그러면 너와 우리 후손들은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손숙오의 유언대로 왕은 기름진 땅을 하사하려고 했지만 아들은 부친의 유언을 받들어 왕의 호의를 거절하고 척박한 땅을 받았다. 손숙오의 바람대로 후손들은 그 땅에서 무탈하게 잘 살 수 있게 됐다.
이제 5개월 후면,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열린다. 벌써부터 자기 지역 내 유력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너도 나도 자신만이 적임자라며 행사마다 얼굴을 내밀기 바쁘다. 행사마다 얻어먹은 소주로 얼굴이 붉어지면서까지 한 표라도 더 받으려는 모습들을 보면 가관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갑중의 갑’이라고들 한다. 요즘 불륜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한 인사는 “국회의원은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는 자리”라고 밝힌 적이 있다. 세속의 기준으론 과연 욕심을 낼만한 자리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수천년 전 현자의 눈에 비춰진 국회의원은 삶의 고난을 자초하는 최고의 자리가 아닌가 싶다.
<열자>에 이런 말이 있다. “집착이 강하면 제대로 보이는 것이 없지. 마음이 밖으로만 향하면 발은 돌부리에 채이고, 머리는 기둥에 박히는 법이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