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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크리스마스 날에
  2007-12-31 15:33:29 입력

지금은 J제약회사 중견간부로 일하고 있는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양주땅이 고향이었고 한때 김가다와 함께 중학교 교사로 근무했었다. 그의 목소리가 이미 술에 취한듯 혀짜래기 목소리였다.

“혀, 형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바쁘겠수. 뭐 성극하랴 크리스마스 칸타타 준비하랴.”
“그래 바쁘지. 그런데 벌써부터 술에 쩔었냐? 술좀 그만마셔. 그러다 제명에 못죽어. 하아니 하루도 쉬지 않고 그렇게 목구멍 속에 술을 쏟아부으니 그 위장이 성하게 남아있겠냐? 그것도 맥주나 막걸리도 아닌 독한 양주를 말야. 목소리는 또 왜그래?”

“허헛! 개좇부리에 걸렸쑤. 혀, 형님. 형님은 뭐 왕년에 두주불사에다 말술였잖우. 담배도 끊고 술도 끊었다니 그거 영 믿어지지가 않네. 구라치는거 아뇨?”
“아냐 진짜로 담배는 완전히 끊었고 고기 같은 걸 먹을 땐 소주 몇잔은 하지. 그나저나 자네 술 그런 식으로 마셔대다간 큰일 나. 내년부턴 제발 술좀 끊고 다니던 교회나 다시 나가지 그래. 허구헌날 주지육림에 빠져 그렇게 살다간 제명에 못죽어.”

“허엉! 교회? 혀, 형님. 그렇게 무책임한 소리 허덜마슈. 내가 이렇게 술독에 빠져 살게 된 게 누구탓인데?”
“뭐라고? 그게 그럼 내탓이란 말이야? 그게 뭐 또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형님이 하도 날더러 교회다니라고 목을 매길래 눈 딱 감고 마누라 델고 형님이 다니는 교회 나갔지 않우.”
“그랬지.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건데?”

“그 김 집산가 권산가 하는 여자 아직도 있수? 주두라지가 꼭 닭똥집처럼 생긴 여자.”
“아냐, 그 사람은 오래 전에 뭐가 뒤틀렸는지 불쑥 목사님한테 경고장 한장 날리고 나가버렸는데...어느날..오호라! 그 때 그 일 때문에 날 원망하는군. 뭐 그렇다면 내가 할 말이 없네.”

김가다는 정말 술이라면 사람들이 입을 딱 벌릴 정도로 마셔댔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던 그날밤 처음으로 샴페인 몇잔을 마시기 시작한 술이 주양장창 40년이 넘도록 술에 젖어 살았다. 군대시절엔 PX에서 술을 금해 버리자 의무대에 몰래 숨어들어가 한되들이 의료용 알콜을 훔쳐다 까나리 조림을 안주 삼아 바닥을 비운 적도 있었다. 그것도 간첩이 유령처럼 나타나 목을 잘라간다는 외곽보초를 서면서였다.

“끔찍하게 퍼 마셨지 진짜...거짓말 보태서 도라무통으로 백통도 넘을거야...”

시골에 파묻혀 개, 돼지똥과 싸우며 살 때도 매일 말술이었다. 술에 취해 골아떨어져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머리맡에 놓인 막걸리통을 기울여 한바가지 또 목구멍 속에 쏟아붓고 나서야 다시 잠을 잤다.

그런데 그렇게 술을 마셔대면서도 교회엘 다녔고 동네에서 인삼밭을 경작하는 친구에게 반공갈로 예수 믿으라고 전도를 했으니 하나님이 하늘에서 내려다 보시고 기가 찼을 것이다.

어쨌거나 제약회사에 다니는 후배와 인삼밭 친구에게 술을 퍼마셔가면서 끈질기게 교회에 나오라고 전도를 했는데 용케도 그 인삼밭 친구는 몇 달 전 양주땅 B교회의 장로님이 되셨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그런데 제약회사에 다니는 그 후배도 교회를 나오기 시작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교회에 발을 뚝 끊고 말았다.

조그만 시골교회니까 아무게 아무게 집 숟가락이 몇 개 정도라는 걸 훤하게 알만큼 서로간의 살림살이를 빤히 알고 있는 형편이었다. 교회에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후배부부는 교회생활을 썩 잘해내고 있는 것이 너무도 기특했다.

그가 그때도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교회에 나오고 나서부터 그는 담배는 피웠으나 술은 딱 끊어버렸다. 그의 아내는 교회에서 헌신적으로 봉사에 전념했고 그의 가정은 웃음꽃이 끊일 날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어느 겨울날이었다. 그 교회에 나오는 대대장 마누라가 그의 아내를 데리고 오산리 기도원엘 며칠 다녀왔는데 그날 이후 유독 군인가족이 많이 나오는 교회가 악머구리 끓듯했다.


“김행식 마누라가 대대장 마누라랑 찰싹 붙어서 이단에 빠졌대. 기도도 요란벅적하게 하구, 펄쩍펄쩍 뛰질 않나 눈물을 줄줄 흘리질 않나 입에서 귀신소리가 나질 않나. 게다가 목사님한테도 아양을 떨다 못해 아예 사택에 가서 살다시피한데는데?”

“하아니, 총각목사만 있는 사택엘 유부녀가 허구헌날 죽치고 앉아서 뭘한데?”
“살림한데는데? 김 권사가 그러는데 부엌살림을 아주 깨끗하게 해놓구, 목사님 속옷까지 깨끗하게 빨아널었더래.”

“미쳤구나 그 기도원에 다녀오더니 말야. 대대장 마누라도 연대장 마누라한테 칵 찍혀갖고 대대장 진급이 아예 물 건너 갔데는데?”

소문에 소문이 꼬리를 물고 돌아다니더니 드디어는 온 마을 구석구석까지 쫙 소문이 퍼져버렸다. 참으로 헛소문이 멀쩡한 사람 잡는격이 되어가고 있었다.

“덕정에 김○○ 아들내외가 교회에 미쳐서 돌아다니구 마누라가 목사랑 바람이 나갖구성...”

하지만 정작 그 후배부부는 그런 해괴한 소문이 동네에까지 파다하게 깔렸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어느날 후배는 아버지 앞에 불려가서 호되게 야단을 맞게 되고 말았다. 그 후배는 아버지의 꾸지람을 듣고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뭐, 뭐라구요 아버지? 그런 괴상망측한 소문을 누구헌테 들으셨습니까. 저흰 절대로 그렇지 않은데요. 제 마누라가 목사랑 바람이 나요? 천부당만부당입니다아!”
“시끄러 이놈앗! 교회는 무슨 썩어빠진 교회얏!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재산몰수야 이놈앗!”

“대체 그런 말을 누구한테 들었습니까. 아버지.”
“이놈앗! 그 교회 다니는 김 권산가 잡산가 하는 여편네가 그렇게 소문을 내고 다녔어. 그 주둥이가 닭똥집처럼 생긴 여편네 몰랏!”

“...!”

그날 이후로 그 후배부부는 교회로부터 발걸음을 뚝 끊고 말았다. 그리고 그 때 이후로 후배는 저렇게 허구헌날 술독에 빠져 사는 형국이 되고 말았고 마음에 상처를 크게 입은 그의 아내는 교회 비슷한 종교단체에 빠져서 뿌리가 마른 풀잎처럼 시들시들 영혼이 시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딸이 둘 있었으나 그 딸들마저 이놈저놈 얹혀 다니며 사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가 수화기 속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난 말이유 형, 벗겨놓고 술을 마셔 이젠.”
“뭐? 뭘 벗겨놔. 벗겨놓고 술을 마시다니 뭔 소리야 그게?”

“요새 젊은애들 벗겨놓으면 몸매가 얼마나 이쁜지 알우? 죽여주지 진짜. 난 이제 늙다구 마누라 곁엔 아예 안가. 혀, 형! 교회에 발을 들여놓았었던 사건이 날 이 모양으로 만들었어. 형 나보고 제발 교회 나가란말 하지 말우. 그나마 형 소리 듣고 싶으면 말이유. 그놈에 교회에는 왜 그리 그따위 김 권산가 잡산가 하는 년들이 있는거야? 그 주두라지 잘 놀리는 권산가 뭔가 하는 여편네 지금 어떻게 사우? 잘 살어?”
“그...그게 말이지...잘사는 게 아니구...”

“뭐유 떠듬거리지 말구...그런 년이 잘먹구 잘산다면 그나마 실낱 같은 희망 한줄기마저 없는거지.”
후배가 수화기 속에서 잠시 침묵하고 있었다. 김가다가 달래듯 말했다.

“야, 행식아.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에나 그렇게 잘난체 남을 헐뜯고 끌어내리려는 악질이 있게 마련이야. 이제 고만 그 노리개첩 벗겨놓고 술먹는 습관 끊고 말이다...”
“난...형...실은 말이야. 실은 말이야...다시 하나님의 손을 붙잡아야 할 것 같애 으흐흐...”

“행...행식아...그 여잔 동네 춤꾼과 바람이 나서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다가 재산 다 빼앗기구 작년에 교통사고로 죽었어...”
“혀...형 으흐흐...나 정말 이렇게 살기 싫어. 으흐흐흐...형이 나가는 교회 이름이 다사랑교회야? 나 형 나가는 교회 나가면 안될까?”

“우리 교회에도 주둥이가 닭똥집 같은 여자가 서넛 있어. 그래두 괜찮겠어?”
“혀, 형...그래두 형이 나가는 교회에 나가고 싶어. 으흐흐흐...” <끝>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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