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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시의회 의원들. |
의정부시의회가 9월18일 ‘의정부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지원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무려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의 서명으로 조례 제정안이 청구돼 통과됐으나, 지역에는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이유는 주민발의 조례안과 제목만 같을 뿐 제정 취지와 내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제목만 똑같은 조례안 제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의정부시와 시의회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적지 않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조례 제정안은 지난 2013년 7월18일 의정부시에 접수됐는데, 시는 조례안 청구를 공표하지 않다가 반발에 부딪혀 1년이 넘은 뒤인 2014년 10월에야 시의회에 넘겼다. 그러나 시의회도 2014년 10월24일부터 조례안을 보류시켜왔다. 의정부시 최초로 주민들이 발의한 조례가 형편없는 취급을 받아온 것이다.
게다가 9월15일 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는 주민 발의 조례안을 수정하면서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수정 가결된 조례안은 아무리 살펴봐도 주민들이 청구한 내용과는 무관해보이고,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유명무실한 조례안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시의회가 왜 이런 식으로 조례안을 뜯어고쳤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주민들이 발의한 조례를 이처럼 마구잡이로 뒤집는 경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노출 우려로 시작된 이번 조례안은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는 나름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시와 시의회가 예산문제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뜯어고쳤다면 용납되기 어려운 문제다. 현실적 어려움이 뒷따른다면 최소한 주민공청회 등을 열어 시의회 주장대로 좀더 ‘광범위한 여론수렴’을 했어야 옳다.
시의회의 일방주의적 행태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도 걱정이다. 조례 제정을 추진한 의정부방사능안전급식네트워크는 한살림서울조합경기북부지부, 의정부생협, 의정부한두레협동조합, 세움라이프, 의정부교육희망네트워크,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참교육학부모회의정부지회, 천주교의정부교구정의평화위원회, 의양동환경운동연합, 꿈틀자유학교, 의정부YMCA, 의정부YWCA, 정의당의정부지역위원회, 노동당의정부시당원협의회, 녹색당의정부 등 15개 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반발이 큰 폭풍으로 몰아칠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는 알 수 없으나 당분간 시민단체와 시-시의회의 정면 충돌은 불가피하게 됐다. 사태를 진정시키려면 시의회의 반성과 주민 발의 조례안 복원이 필요할텐데, 지금 상황으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더 걱정이다. 정면 충돌은 서로에게 고통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