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대선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 때문에 심한 염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르고, 하는 행동마다 구설에 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벌이는 정치인들의 행각은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점철되고 있다.
과거 장상 전 총리 지명자와 장대환 전 총리 지명자가 자녀 위장전입 문제로 인사청문회에서 발목이 잡혀 기용되지 못했다. 당시 이들의 문제를 집중공략한 쪽은 한나라당 의원들이었다. 당연하다. 노무현 정부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야 정치생명이 유지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선을 맞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명박 후보가 위장전입을 수차례나 밥멋듯 했는데도 큰 잘못이 없는 듯 행동하고 있다. 권력의 맛을 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또 자신의 빌딩 관리회사에 두 자녀를 위장취업시킨 사실이 있는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도, 후보 자신과 부인의 운전기사를 관리회사 직원으로 만들어 월급을 준 사실에 대해서도 하자가 없다는 식으로 ‘모른척’ 하고 있다. 서울시장 때 자신의 부인을 기자로 꾸며 시민혈세로 해외취재 보낸 일도 변명하기 일쑤다. 한양대 위장출강, 탈세 문제 등도 마찬가지다.
이쯤되면 노블리스(명예) 오블리제(의무)라는 말은 사치에 가깝다. 사회지도층의 무책임한 도덕성이 사회를 병들게 할 뿐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을 앞두고 헤쳐모여를 반복해 ‘도로 열린우리당’ '위장 이혼'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기본도 상식도 원칙도 없이 권력을 탐하기 위한 작업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대선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기본도 상식도 원칙도 없는 정치를 탓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그럴듯한 명분만 되뇌일뿐 진정 책임지는 정치지도자들은 많지 않다. 유권자인 국민은 그래서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정치는 국민의 수준을 반영한다는 말이 진실이 아니라는 점을 이번 대선에서 보여주는 게 현명한 처사다.
각자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12월19일 반드시 투표하여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를 행사하되, 눈맑은 어린영혼들에게 결코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 모든 선거가 중요하지만 대선은 특히 중요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골목대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가 혼란스러운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