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용 의정부시장의 권위가 급격하게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사건이 연이어 터져나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안병용 시장으로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황당한 사건들은 안 시장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 3월12일 있었다. 지난 1월10일 발생한 의정부3동 화재참사 유가족 20여명이 ‘사고 이후 방치됐다’, ‘75만원 장례비 필요없다’ 등의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안 시장을 찾아와 고성과 몸싸움을 벌였다.
한 유가족은 “75만원이면 다냐. 사람이 75만원이냐. 야! 네 새끼가 뒈져도 그렇게 할거야?”라며 험한 말을 쏟아냈다. “개소리 하지 말라. 저렇게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게 무슨 시장이냐”라는 말까지 했다. 실랑이 끝에 안 시장은 결국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자리를 떴다.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화재 원인과는 무관하게 의정부시로서는 최선을 다해 화재수습을 한다고 했고, 유가족들은 여러 가지로 서운했을 수 있다. 사람이 죽었고, 처리과정이 마음에 안들었고, 그래서 격앙됐다 하더라도 이처럼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까지 벌일 정도라면 무엇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이는 근자에 찾아보기 힘든 해괴한 경우다.
안 시장은 바로 전날인 3월11일에도 민락2지구 주민 40여명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의정부3동 화재참사에 따라 의정부시의회가 관내 화재취약현장을 점검하던 중 민락2지구의 불법 세대 쪼개기를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하자, 의정부시가 과도하게 단속에 나섰다는 이유에서다.
안 시장은 지난해 6.4 지방선거 닷새를 앞두고 의회 승인 및 예산 확보 없이 의정부경전철 경로무임을 실시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아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심적으로 매우 고통스런 상황일 것이다. 그런데 왜 자꾸 안 시장을 흔드는 일이 벌어질까?
안 시장은 지난 2월5일 선고공판 1시간여 전에 본인의 페이스북에 “100만원 이상 유죄가 선고되면 항소하지 않고 지체없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일 오전 한 행사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검사가 얘기한대로 죄가 있다면 여러분이 증인이 되어 저에게 침을 뱉고, 저의 뺨을 때려달라. 항소 안한다. 깨끗이 승복하고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당일 오후 시청에 나타나 눈물을 흘리며 사퇴 의사를 번복하는 등 시장으로서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짓밟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안 시장은 일련의 일들로 인해 상당 부분 시정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항소심 결과가 뜻한 것처럼 희망적으로 나와, 지금까지 상실된 권위와 신뢰를 회복하기를 기대한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뼈아픈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