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선거에 영향…선거후 시행하라 자문”
지난해 6.4 지방선거 닷새 전인 5월30일 전격 실시된 의정부경전철 경로무임 때문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병용 의정부시장의 재판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쏟아져나왔다.
경로무임 추진배경에 대한 진실과는 별개로 관련자들이 작성한 업무수첩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1월12일 오전 10시 의정부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김현석) 주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이들의 업무수첩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의정부시 경전철사업과 이모 주무관 업무수첩에는 2014년 4월24일 작성된 ‘경로무임 시스템 구축사항 보고’가 나온다.
이 수첩에는 경로무임 시행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시장님 대노’라고 적혀 있다. ‘부시장님/경로무임 5월20일 가능, 5월20일 시행토록 요구’라는 글도 있다. 이 내용은 이 주무관이 경로무임 관련 회의내용을 정리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 주무관은 “시장님이 대노한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해명했다.
의정부경전철㈜ 이모 관리이사는 지난 2013년 12월23일 업무수첩에 ‘경전철 긍정 내용 선거활용’이라고 적시했다. 당시 안병용 시장과의 면담내용을 정리한 이씨는 그러나 “개인적 생각이었을뿐 경로무임과는 무관하며, 조기시행 압력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의정부시 경전철사업과 최모 주무관도 지난해 4월24일 업무수첩에 ‘경로무임 위한 개찰구 표지부착 추진’이라고 썼다. 의정부시는 지난해 4월28일이 되어서야 의정부경전철㈜의 경로무임 시행 제안을 수용했다. 최 주무관은 5월19일에는 ‘경로무임 우선시행 6월10일 이후 가능’이라고도 썼다.
한편, 검찰은 의정부경전철㈜ 김모 기획팀장에 대한 증인심문에서 지난해 5월28일 대주주·출자자·이사회 회의 때는 2014년 6월부터 수도권환승할인제 도입시까지 경로무임을 우선 시행하겠다고 보고하고선, 5월30일 보고와 달리 조기시행한 이유를 따졌다.
이어 의정부시가 경로무임 손실보전금을 익월말 지급키로 통보한 날짜보다 먼저 대주주·출자자·이사회에 보고한 경위를 캐물었다.
검찰은 또 “업무수첩에는 ‘5월경 경로무임을 반드시 시행토록 의정부시가 재촉, 진행상황 수시확인’이 나온다”며 “5월20일 반드시 시행토록 압박을 받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모 기획팀장은 “경로무임을 6월5일 시행하면 안되는 이유는 없었다”면서도 “하루라도 빨리 시행하는 게 운영상 유리하다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오후 2시 속개된 재판에서 의정부선관위 위모 전 홍보주임은 의정부경전철㈜의 경로무임 홍보문의에 대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인만큼 선거 이후 실시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의정부시 경전철사업과 윤모 과장은 ‘경로무임 관련 5월7일 시장이 부시장실에서 화를 냈고, 전화로 국장을 질책했다’는 내용에 대해 “지나가다 다른 사람에게 전해들은 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지난 4월 대한노인회 의정부시지회와의 간담회에서 피고 안병용이 ‘5월8일 어버이날 경로무임이라는 좋은 선물을 드리겠다. 늦어도 5월20일 이전에는 시행하겠다고 발언한 진위는 뭐냐”고 추궁하자 “그런 말은 못 들었다”고 답했다. 윤 과장은 이어 “이미 경로무임은 4월30일 분담금 50대 50으로 5월 중 시행키로 결정했었다”고 밝혔다.
의정부시 경전철사업과 지모 팀장은 “다른 시장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생각해서, 그가 당선되면 경로무임 보류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약속불이행 사태가 벌어져 사업해지 사유가 되니까 우리시가 5월에 시행하라고 의정부경전철㈜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피고인 심문에서 안병용 시장은 “부시장과 국장에게 화를 내거나 질책한 사실이 없으며, 경로무임은 경전철사업과 자체 판단이었다”고 진술했다.
손경식 부시장과 임해명 국장은 “누가 시장이 되든 공무원으로서 상관 없는 일이었다”며 “시장이 경로무임 시행을 지시하거나 압박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변호인은 “의회 협의 및 승인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이는 단순한 절차상 하자”라며 “시장이 부당한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고, 기부행위를 받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처벌되지 않은 점에 미루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변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