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선거법, 풀뿌리 민주주의 취지 침해하나

정성호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다”
형남선 “기초의원만 중선거구제는 문제”
이상원 “여야 정치권의 밀실 야합이다”
이흥규 “우리지역 이익위해 힘 합쳐야”
개정법 정말 위헌인가
사회=전체적으로 보면 내용상, 절차상 문제 등으로 인해 국회의원과 기초의회 의원들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양상이다. 정성호 국회의원께서 개정 공직선거법의 핵심 취지를 간략히 말씀해달라.
정성호 국회의원=지방의원들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유급제, 개인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정당민주제와 대의제 취지의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기초의원 유급제와 맞물려 기초의원 정수를 20% 줄이고, 기초의원 선거구를 중선거구로 만들었다는 점, 기초의원에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비례대표제 1번은 여성이 돼 여성의 지방의회 참여를 꾀했다는 점이다.
사회=개정 선거법이 위헌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위헌인가?
형남선 부의장=풀뿌리 민주주의는 중앙정치와 근원이 다르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반석 위에 오르는 시점인데, 정당공천 한다면서 주민공청회도 열지 않고 기초의원들에게 전혀 물어보지도 않았다. 공론화 이후 입법화시키면 따르겠다. 지방자치 선거법 47조 1항은 정당이 선거에서 후보자를 선출할 수 있지만 시군구 기초의원은 제외할 것이라고 되어 있다. 이것을 무시했다. 그리고 개정 선거법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국회의원이나 도의원도 같이 중선거구제가 되면 따라가겠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를 활성화 시킬려면 지방에 권한을 줘야한다. 국회의원들이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정성호=헌법이 정의한 평등권, 참정권, 투표권, 선택권 등을 정당이 침해하고 있다는 말씀인데 관점의 차이다.
공청회 없이 국회서 처리
사회=다음은 절차상 문제다.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는 제254회 국회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하여 토론과정도 거치지 않고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인가?
정성호=사실과 다르다. 반대토론이 있었다.
사회=정당공천제는 기초의회 출마자들의 줄세우기라는 지적이 있다.
정성호=우리의 정치문화, 정치현실에서 기초의원이나 기초단체장 공천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정적이다. 내천 자체도 하지 말아야 한다. 기초의원들이 정당과 과도하게 밀착되면 지역이나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기초의원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등도 공천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승복의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경선으로 공천한다 해도 엄청난 지역갈등이 유발될 것이다. 그렇다고 정당공천제를 줄세우기라고 보는 시각은 위험하다.
사회=그동안 지방선거의 속살을 들쳐보면 정당공천은 아니었지만, 사실은 지구당이 핵심당원을 지원하는 내천방식이다. 정당공천과 내천이 크게 다FMS 것 같지는 않은데.
형남선=물론 극소수의 주민들은 당을 보고 표를 던지지만 대부분은 그 사람이 우리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냐, 지역의 진정한 일꾼인가를 보고 판단한다. 저 또한 한나라당이 좋다 나쁘다 판단해서 합류한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신물이 나지만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이 과연 국민을 위하고 있는 것인지 신뢰하기 어렵다. 정치하는 저도 그런데 국민들은 어떻겠나. 심각하다. 내천과 공천은 틀리다.
사회=기초의원 대부분이 핵심 당원이면서 정당공천제를 거부하는 것은 모순에 가깝다.
이상원 의장=그래서 저는 의장단협의회에서 기초의원들이 모두 당적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남선=엘리트 정치인들이 밑 사람들 이전투구 시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동서로 갈라놓더니 이제는 동네를 갈라놓는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지역마다 대표자를 뽑는 것이다. 지방자치를 하지 말던가 중앙정치가 혼자 다해야 한다. 줄세우기나 다름 없다. 중앙정치 하는 분들이 이런 제도를 만들어서 조직을 거느리려 한다. 어제의 형제가 적이 될 것이다.
사회=이흥규 의원은 기초의원을 두 번 경험하고,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도의원에 당선되었는데, 정당공천제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이흥규 경기도의원=정당공천제는 문제가 없다. 내천제나 공천제는 비슷한 얘기이고, 먼저 법에는 내천제를 하면서 기호를 추첨하게 했다. 근본적으로는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은 공천을 하지 않아도 좋다. 4대선거를 같이 하면서 도지사, 도의원, 기초단체장은 공천하고, 기초의원만 공천 안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해득실을 따져라
사회=전국의장협의회는 중선거구제가 소선거구제보다 비용과 노력이 증가돼 많은 사람들의 참여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성호=당연하다.
사회=아직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광역의원 선거구와 겹칠 가능성이 높다. 의장협의회는 인구 밀집지역에 유리한 현상이 발생한다, 기초의원이 광역의원보다 득표수가 많으면 지역 대표성에 문제가 생긴다, 역할과 활동범위에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흥규=역할이 중복된다고 볼 수 없다. 주민들을 위해서 협력할 수밖에 없다.
사회=개정 선거법에 의하면 기초의원 정수가 3485명에서 2922명으로 감축될 예정이다. 현재 경기도시군구획정위원회의 움직임은 어떤가.
이흥규=경기도에서는 83명이 줄어드는 기초안이 나왔다. 현재 기초의원들은 읍면동수에 의해 뽑혔는데, 국회가 기준을 정하지 않아 각 시도별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서울, 부산, 대구, 경기 등은 인구 50%, 읍면동수 50%, 충북이나 전남 같은 경우 인구 30%, 읍면동수 70%, 인천은 인구 60%, 읍면동수 40%, 이런 식으로 줄였다. 경기도는 대도시에서 줄어드는 숫자가 많지만 퍼센트로 따지면 소규모 농어촌 지역이 더 많이 줄어든다. 오는 10월21일까지 시장군수나 의회가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이상원=지방자치단체에 의견을 묻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위에서 결정한대로 하지 뭘 묻는가. 경기북부지역 시군의회 대부분은 이번 결정을 불복할 것이다.
사회=중선거구제가 되면 한 지역구에 당 후보를 모두 내보내는 게 아니라 몰아주기를 유도하는 전략도 가능하다고 본다. 개정 취지와 맞지 않는데.
정성호=선거라는 게 당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당내 여러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한다.
사회=중선거구제와 의원수 감축, 비례대표제에 대해 한마디씩 해보자.
형남선=풀뿌리 민주주의 기본 틀은 지역 대표성이다. 그런데 중선거구제는 지역갈등이 초래될 것이다. 지금도 동이 통폐합되면서 지역 대표자가 없는 광암동, 생연3·4동 등의 주민들은 큰 상처를 받고 있다. 주민들의 박탈감과 소외감을 무엇으로 보상할 것이냐. 또 중선거구제가 되어 나중에 시의원이 똑같은 선거구의 도의원과 붙었을 경우를 생각해봐라. 부메랑이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500명 단위 대표자도 있다. 정말 소외된 곳일 수록 시민들의 대변자가 더 필요하다. 농촌지역이나 발전이 소외된 중소도시 대표자들은 할 일이 무척 많다.
정성호=주민을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국회의원이나 도의원, 기초의원이 똑같다. 한국 특성상 지역대표성을 무시할 수 없다. 다른 분들도 지적했지만 읍면동을 광역단위로 묶고 인원을 줄이다 보면 의원을 배출하지 못하는 지역이 나온다. 지역의 내부분열이 초래된다. 기초자치단체의 읍면동 인구 등을 고려해서 기초단체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의원정수가 몇 명이냐, 실증적인 연구나 검토 없이는 다들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상원=중선거구제를 하면서 비례대표를 만든다는 것도 문제다. 비례대표는 사표를 없애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40%, 35% 지지를 받고 수장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여러 사람이 출마하면 사표가 발생하지 않는다. 당선자들 지지율을 합치면 알 것이다.
형남선=저도 비례대표 반대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지역대표를 직접 뽑는건데 간접이 말이 되나? 비례대표는 지역이라는 근본이 없다.
정성호=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취지는 여성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비례대표의 홀수번호는 의무적으로 여성이다. 취지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문제는 각 정당이 그런 취지에 맞는 비례대표 후보자를 공천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흥규=저도 그 부분에서는 공감한다. 기초의원 때 광역의회 세마나에 참석해보면 비례대표들이 교육해주기에 비례대표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의회에 직접 가보니까 각 당의 공헌도에 따라 비례대표가 공천을 받더라.
이상원=정의원님 말씀대로 여성을 진정 생각한다면 여성을 의무적으로 뽑게 하는 게 차라리 여성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법은 여성에게 비례대표 홀수번호를 준다고 해놓고도 ‘위반시 등록취소로 보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실제로 여성을 생각한 것이 아니다. 여성을 위한 사탕발림이다.
정성호=여성선거구제, 여성할당제 등도 고려대상이지만 또다른 위헌소지가 따른다.
지방의원 유급제 괜찮나
사회=내년부터는 지방의원에 당선만 되면 기초의원은 4~5천만원, 광역의원은 5~7천만원대의 연봉을 받는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이에 대해 예산문제 등으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형남선=자존심 상한다. 전문성을 도입한다면서 유급제를 실시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지금 기초의원들은 다 무식하다는 소리냐. 국회의원들은 연봉 800%에 유류지급비 등 각종 혜택을 받지만 우리는 순수하게 지역을 위해서 봉사하는 일꾼이다.
이흥규=의원님들 하시는 일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기에는 너무 많다. 과거 국회의원들의 축소판이다. 유급화가 되어야만 정치가 더 깨끗해 질 수 있고, 지역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원=긍정적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하자.
사회=의원들을 만나보면, 실제적으로는 개정 선거법에 따라 선거를 준비중이거나 현실적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기초의원들이 13일 여의도 집회 등을 통해 결연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결과는 개정 선거법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동두천시의회 의원 및 지역정서는 어떠한가?
형남선=90%가 우리나라 정치현실상 국회의원들이 통과된 법을 실행하지도 않고 수정발의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약자들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갈 것이라 보고 있다.
사회=의장협의회의 대응은 어떠한가?
이상원=집단조직적인 경우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앞으로 법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사회=국회에서 대안 마련은 하지 않나?
정성호=법이라는 게 여야 정파간의 이해관계로 만들어진 룰이다. 여야 지도부의 관심은 오로지 대권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개정 선거법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여야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이상원=사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밀실야합 한 것이다.
사회=중간자적 위치인 이흥규 의원의 해법은?
이흥규=현실적으로 국회의원들이 법을 통과시켜놓고 시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렵다. 우리지역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쪽으로 힘을 합쳐 의견을 주장해야 한다.
사회=어찌보면 유권자들은 이번 개정 선거법 관련 대립이 자기 밥그릇 싸움으로 볼 수 있다. 마무리 발언을 한다면?
정성호=유권자인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누가 지역을 대표하고 본분에 충실할 수 있는 역량과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 따져야 한다. 이번 선거법은 분명 문제점이 노출될 것이다. 그러면 대안을 만들어야겠다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다. 성숙된 국민 의식이 필요한 때다.
형남선=역사는 심판을 받게 되어 있다. 당장은 자기들한테 좋은 일이 될지는 모르지만 나중에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국민들은 지방선거에서 소신 있는 자기지역 일꾼을 뽑을 것이다. 그리고 대선에서, 총선에서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다.
이상원=국민 대다수가 정당공천제를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만천하에 공개된 사실이다. 정당공천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성향, 이런 것이 선거에 적용되고 선택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지역사회 발전과 국가발전을 위해 일 할 사람을 뽑을 것이다. 사회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흥규=개정 선거법에 아쉬운 점이 많지만, 주민들이 바라는 신뢰받을 수 있는 정치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의원들이 신경써야 한다.
사회=바쁜 시간 중에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아무쪼록 중앙정치와 지역정치가 나라와 지역발전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